지난 몇 주 동안 벌어지고 있는 인피니티 와드 (전)멤버들과 액티비전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회자되면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비유가 바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관한 우화가 아닐까 싶다. 모던 워페어라는 엄청난 블럭버스터급 히트 시리즈를 창조한 개발 스투디오가 제작사의 탐욕에 의해 공중분해되고 있다는 전개가 우화의 스토리와 딱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겠지만, 그 때문에 현실의 이야기는 우화와는 조금 다른 부분들도 있다는 사실이 간과되고 있기도 하다.

인피니티 와드와 액티비전 사이에서 날아다니고 있는 신랄하기까지 한 법률 문서들에는 실제로 액티비전의 경영진들이 처음부터 인피티니 와드를 산산조각내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음을 시사하는 내용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제작사 측에서의 잘못이라고 한다면, 게임 역사 상 가장 최고의 히트작을 만든 팀에게 마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다음 날부터 다시 정신차리고 속편을 위한 작업에만 몰두하기를 기대했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도 매우 타이트한 일정에 맞추어서 말이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들이라면 두 가지 중 하나의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액티비전의 몰상식함에 고개를 젓는 이들과 그런 기대를 하는 것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 두 부류 모두 틀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회사의 직원이 사무실에 나와 자신이 맡은 일을 성실히 수행하길 바라는 것은 아주 비이성적인 기대라고 할 수는 없다. 설령 그 직원이 지금까지 일해서 만든 결과물이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아마도 어느 시점에서는 그들에게 승진이나 보너스 같은 인센티브가 주어질 것이지만, 어쨌거나 앞으로 작업해야 할 다음 프로젝트가 예정되어 있는만큼 축하파티의 기분은 정리하고 모두가 다시 책상 앞에 앉아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관점은 딱히 무자비하거나 냉정한 것은 아니지만, 슬프게도 두 가지 중요한 착각에 기반하고 있다. 하나는 소위 말하는 '기업에 대한 충성심'인데, 일정 나이 이상의 임원들이 선호하는, "우리는 항상 함께야.", "우리는 가족같은 기업이지" 같은 느낌의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평생 직장이라는 말이 사라진지도 벌써 한 세대가 지나고 있다. '기업에 대한 충성심'은 실제로는 '아직 이 회사는 가라앉지 않고 있고, 따라서 아직 피난할 때는 아니야'라는 말을 좀 더 예쁘게 포장한 것에 불과하게 되었다. 능력 있는 직원들로부터의 충성심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노력해서 얻어져야 하는 것이며, 그 방법은 단순히 돈을 더 주거나 덜 주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대우, 꾸준한 승진, 스스로의 업무에 대한 자율성, 이익 분배 옵션의 제시 등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두번째 착각은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에서 창의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직원도 단순한 생산직이나 사무직에 종사하는 직원과 마찬가지의 방법으로 관리될 수 있다는 믿음이다. 게임 개발자가 스스로의 프로젝트에 대해 쏟는 애착과 노력은 일반적인 직원이 예를 들어 기업 IT 시스템 등의 프로젝트에 쏟는 것과는 결코 비교될 수 없다. 이는 한편으로는 게임 개발자들이 막바지 시점에 이르러서 업무시간이 연장되고 고되더라도 이를 좀 더 쉽게 감내하는 직원이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돈의 문제를 떠나, 이 프로젝트는 그들의 아이와도 같으니까. 하지만 다른 면에서는 프로젝트의 성공이 같은 의미에서 좀 더 개인적인 것이 되며, 이러한 성공으로 인한 이익에 있어서 스스로의 몫에 대한 기대 역시 매우 높은 것도 당연하다.

우리 대부분은 지금도 액티비전과 인피니티 와드 사이에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 아마 완벽한 진실은 결코 밝혀지지 않을 것이다. 양 측의 법정 문서 상에 나와 있는 주장들 자체의 고약함을 생각하면 최종적으로는 합의에 의해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 법정에서 끝까지 시시비비를 가리다가 이 모든 주장에 얽힌 진실이 대중들에게 낱낱이 공개되면 그 타격은 양측 모두에게 상당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법적 공방의 본질이 무엇이든 간에, 이 이야기 속에서 액티비전은 뭔가 중요한 잘못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인티니티 와드의 수장들이 떠난 이후, 스투디오 내의 역량 있는 디자인과 아트 인재들이 줄이어 회사를 떠나고 있으며 그 결과 모던 워페어 2의 리드 디자이너 모두가 스투디오에서 이탈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제이슨 웨스트와 빈스 잠펠라의 행동들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심지어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의 여부와 관계 없이, 좀 더 넓은 관점에서 이러한 상황이 주는 맥락적 의미는 분명하다. 인피니티 와드는 행복한 직장이 아니었고, 그렇게 만든 원인은 리더를 맡고 있는 웨스트나 잠펠라가 아니었다는 것. 함께 있던 동료들이 (아마도 그들의 리더들이 새롭게 설립한 스투디오인 리스폰(Respawn)에 합류하기 위해) 미련없이 액티비전을 떠나고 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액티비전은 인티니티 와드의 멤버들에게 계약서에서 명시된 것 이상의 '충성심'을 기대했던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그들은 너무 순진했다. 2009년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가장 성공적인 작품을 만들어 낸 이들이 이로 인한 수익에 있어 더 많은 부분을 원할 뿐만 아니라 그들이 창조해낸 프랜차이즈에 대한 더 큰 자율성을 원할 것이라는 점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이다. 액티비전의 임원들은 만약 그들이 인피니티 와드의 멤버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경쟁사가 좀 더 좋은 조건으로 스투디오의 인재들을 영입하고자 하는 시도를 할 것이라는 생각을 단 한 순간이라도 해보지 않았을까?

아니면, (훨씬 그럴듯해서 더욱 걱정스러운 설명이지만) 액티비전은 그들이 모던 워페어 2와 인피니티 와드라는 이름, 그리고 그에 속하는 IP를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좀 더 많은 지분을 원하는 골치아픈 개발자들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요소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그들의 계산 상으로는 인피니티 와드의 멤버들의 이탈은 감내할 수 있는 리스크에 불과하며, 모던 워페어 프랜차이즈는 언제든 다른 개발자들에게 인계할 수 있고 교체된 인원들은 어짜피 자신들이 만든 IP라는 애착보다는 좀 더 업무라는 관점에서 작업을 진행할 것이기 때문에 훨씬 관리하기 쉬운 대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자 그럼 이 시점에서 다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비유를 현대적 의미에 맞게 고쳐보자. 액티비전은 거위의 목을 무식하게 비튼 농부라기보다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철장 속에 다른 거위들과 함께 가두어 놓고 엄격하게 정해진 일정에 따라 황금알을 낳으라고 종용하는 냉정한 농부에 더 가까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아무리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하더라도 금새 병이 나서 알을 낳는 것을 멈출 것이라는 점은 누구든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제작사가 투자 유치, 개발자 소싱, 고비용의 블럭버스터 제작에 필요한 비용 조달 등을 통해 게임 업계의 발전소 역할을 하는 한, 두 가지 대비되는 철학이 공존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제작사가 자금과 IP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개발 인재들은 PR의 목적 외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인피니티 와드의 사태도 증명하고 있는 것과 같이, 핵심 인재들을 잃는 것은 회사의 PR에 있어 매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을 가진 이들에게 있어 개발자들은 언제든 다시 구할 수 있는 리소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만약 프랜차이즈 자체가 자리를 잡은 이후에는 적당히 괜찮은 인재들로 구성된 팀으로도 수익성 있는 속편을 내놓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아마도 액티비전은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EA 역시 레리 프롭스트가 CEO로 있는 동안에는 이러한 철학을 옹호했지만 그가 회사를 떠난 후, 현재는 이를 철회하고 다른 관점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는 바로 제작사의 가장 중요한 임무, 아마도 재정관리나 마케팅만큼이나 중요한 임무는 바로 자사의 인재들을 만족시키는 것, 최고의 개발자들과 최고의 스탭들이 항상 스스로의 업무에 만족하고, 의욕적이며 제대로 보상받음으로서 그들과 제작사의 관계가 주종관계가 아닌 파트너십이라는 느낌이 들도록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인피니티 와드의 멤버들이 EA 휘하의 리스폰 스투디오로 다시 모임에 따라 이 두가지 철학이 대결하는 매우 흥미로운 구도가 마련되었다. 앞으로 몇 년 동안 우리 모두는 EA / 리스폰 팀이 새롭게 만드는 타이틀과 모던 워페어 브랜드를 가진 액티비전의 후속작 간에 처절한 판매량 및 평판 싸움이 일어나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IP의 소유자들이 그 IP를 만들어낸 인재들과 직접적으로 맞붙는 전장이 예상되는 것이다.

상황이 상당히 다르긴 하지만, 비슷한 전례가 있었다. 영국 개발 스투디오인 스포츠 인터액티브가 세가 쪽에서 풋볼 매니저를 발매하여, 그들 스스로가 만들었지만 소유권은 예전 제작사인 에이도스에 속하는 챔피언십 매니저의 속편과 맞붙은 적이 있었던 것이다. 물론 에이도스의 속편은 스포츠 인터액티브의 자리를 매운 새로운 스투디오가 맡았다. 결과적으로 에이도스 측은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지 않았고, 스포츠 인터액티브의 새로운 IP는 예전 그들이 만들고 에이도스에 남긴 예전 IP가 누렸던 인기와 영광을 고스란히 옮겨 받게 되었다.

액티비전으로서는 물론 이러한 역사가 EA / 리스폰과의 싸움에서 결코 재현되지 않기를 바랄 것이지만, 업계의 다른 모든 이들은 이 싸움의 결과를 숨죽이고 지켜볼 것이다. 제작사와 스타 개발자들 사이의 흥미성 가십 정도로 시작되었던 일이, 장기적으로는 제작사와 이에 속한 창의적 인재들 간의 진화하는 관계 형성을 정의하는 기념비적인 사건이 될 수도 있으니까.

글: Rob Fahey / 번역: 페이비안 / 원문게시일: 2010.4.17 / 원문출처: GamesIndustry.biz via Eurog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