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탄의 딸을 멀리서라도 바라보고자 한 여행자가 페르시아의 궁전 벽을 오른다. 그녀는 새로 뜬 달보다 더 아름답다. 시기심에 가득한 수상이 두 사람을 모두 가둔다. 공주는 가장 높은 탑에, 여행자는 가장 깊은 지하 감옥에. 그러나 그는 두렵지 않다. 공주를 구하러 가는 험난한 길에, 두려움 따위에 낭비할 시간은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시간은 강물처럼 한 방향으로 흐르지만, 이 젊은 모험가는 시간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 시간을 조종하여 무기처럼 쓸 수 있는 것이다. 청년은 그의 의지에 따라 역사를 바꿀 수 있지만, 역사에 의해 그 스스로가 바뀌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방심하는 여행자에게 위험은 도처에서 여러가지 형태로 존재한다. 시간은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와 같다고 이 게임의 주인공은 말한다. 이 위험한 파도를 타고난 유연함과 갈고 닦은 검술로 헤쳐가는 그는 페르시아의 왕자. 그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

그 누구의 이야기와도 다른 그 남자의 사연이 지금 펼쳐진다.


옛날 옛적에...

1979년 자신의 첫번째 컴퓨터 게임을 완성시킨 더그 칼슨(Doug Carlson)은 동생인 게리 칼슨(Gary Carlson)과 함께 본인의 게임을 판매하기 위한 회사를 설립하게 된다. 사명인 브로더번드(Brøderbund)는 "band of brothers"라는 의미로 독일어, 스웨덴어, 그리고 덴마크어를 적당히 섞은 이름이었다. 브로더번드의 갤럭틱 엠파이어(Galactic Empire)는 갤럭틱 사가 시리즈를 시작하는 작품으로, 999년의 시간 동안 우주를 정복해 나가는 게임이었다. 브로더번드는 창업 10년 만에 촙리프터(Choplifter)나 카멘 샌디에고를 찾아서 (Where in the World is Carmen Sandiego) 같은 강력한 프랜차이즈와 함께 굴지의 게임 업체로 성장했다. 회사를 확장하기 위한 몇몇 어중간한 시도들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지만, 칼슨 형제는 회사의 포트폴리오를 넓힐 수 있는 새롭고 참신한 게임들을 계속해서 물색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칼슨 형제는 예일에 다니던 한 학부생의 놀랍도록 세련된 프로젝트를 발견하게 된다. 조던 메크너 (Jordan Mechner)의 카라테카(Karateka)는 그들이 찾던 바로 그 게임이었다.

심리학을 전공한 메크너는 어릴 적부터 애니매이션에 관심이 많았지만, 만화를 그리기에는 그림에 그다지 소질이 없었다. 그는 대신 컴퓨터를 이용한 작업에 몰두했다. 그래픽과 게임플레이를 모두 중요시 여긴 그는, 게임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움직임에 포커스를 맞추었다. 당시 다른 게임 디자이너들은 우주선 같이 그 형태가 고정된 형태의 캐릭터만을 다루었고, 이들의 움직임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어쨌거나 그들이 만들고 있는 것은 게임이지 만화영화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메크너에게는 게임이 곧 만화였다.

카라테카에서 게이머는 가라데 고수가 되어 봉건시대 일본에서 사악한 군주 아쿠마에게 잡혀있는 마리코 공주를 구하기 위한 싸움을 펼친다. 카라테카는 1984년 당시의 사이드 스크롤 게임치고는 놀랍도록 부드러운 캐릭터 움직임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특히 달리고 있는 캐릭터의 모습은 묘한 중독성마저 있었다. 캐릭터들은 서로 정중하게 인사를 나눈 뒤 혈투에 들어갔다. 카라테카는 또한 체력 자동 회복의 초기 형태를 보여주는데, 이는 20년 이상 흐른 뒤에야 게임의 한 트랜드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요소이기도 했다.


카라테카는 50만장 이상 팔리면서 브로더번드의 히트 상품이 되었고, 칼슨 형제는 메크너에게 또 다른 게임의 개발을 요청하게 된다. 메크너는 카라테카의 성공 원인 중 하나가 아시아라는 이국적인 설정을 택했기 때문이라고 믿었고, 다음 게임에서도 독특한 배경이 먼저 구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메크너는 결국 천일야화의 무대인 환상 속의 중동을 선택했고, 그가 최근에 경험했던 두 개의 게임, 로드러너(Road Runner) 와 크립 박사의 성(The Castles of Dr. Creep)의 게임플레이를 바탕으로 게임을 구성했다. 주인공인 왕자는 퍼즐과 함정으로 가득한 지하감옥을 마치 인디아나 존스의 존스 박사처럼 뛰어다닌다. 고고학자이자 트레져 헌터인 존스 박사가 치명적인 함정과 서서히 다가오는 문을 힘겹게 통과하는 영화 '레이더스'(Raiders of the Lost Ark)의 오프닝 장면은 메크너의 게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메크너는 이 짜릿한 8분 정도의 장면을 하나의 게임으로 풀어내고자 했다. 긴박함을 더하기 위해 시간 제한이라는 요소까지 덧붙여졌다. 게임 내 모든 것이 진행되는 동안, 시간도 계속 흘러가는 것이다.
 
왕자가 지하동굴을 살아서 나가는 데에는 곡예와 같은 움직임이 필수적이었고, 이러한 설정으로 인해 새로운 게임에는 예전 카라테카의 일대 일 격투보다 더욱 다양한 동작들이 구성되어야 했다. 카라테카의 성공은 환상적인 그래픽이 게이머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었고, 따라서 후속작에서는 어떻게 카라테카의 그래픽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메크너는 동생인 데이빗을 (공짜로) 고용하여 그가 팬티 한 장만 걸친 채 흰 바지를 입고 달리거나 뛰는 모습을 녹화했고, 이 동작의 프레임을 컴퓨터에 입력하여 왕자의 움직임을 구성하였다. 조던과 데이빗의 아버지인 프랜시스는 게임을 위해 페르시아 풍의 음악을 작곡하였다.

페르시아의 왕자는 1989년 Apple II로 발매되었고, 그 즉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사악한 수상 자파가 정치적인 목적과 개인적인 속셈으로 아름다운 공주를 높은 탑에 가두고, 그녀에게 한 시간 내에 자신과 결혼하기로 결정하지 않으면 죽음 만이 기다리고 있음을 통보한다. 공주의 유일한 희망은 자파에 의해 지하감옥에 갇힌 왕자가 그녀를 구하러 오는 것이다. 제한된 시간 내에 왕자는 지하감옥을 탈출하고 탑에 올라 자파를 물리쳐야만 한다. 

왕자에게는 달리는 것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주어진 시간은 단지 60분. 지하감옥에서 탑 꼭대기에 올라 자파와 겨루기까지 무수히 많은 함정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호위병들과의 검투는 왕자의 급한 상황을 배려하지 않는다. 그들은 무작정 덤비는 것이 아니라 물러서거나 다가오고, 공격과 회피를 적절히 활용하며 왕자와 겨루는 것이다. 만약 송곳 함정에 찔리거나, 해골 병사에게 당하거나, 무너지는 바닥을 피하지 못하면, 시간은 계속 흘러간 채 스테이지의 처음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또한 '그림자 왕자'는 적들의 편에 서서 왕자를 계속 괴롭힌다. 모든 순간순간이 위기이며, 부드러운 움직임과 기초적인 물리 엔진으로 왕자는 언제나 중력에 속박되어 있다는 것처럼 느껴진다. 왕자에게 처한 위험은 실제처럼 다가오고, 이 모든 것이 게임을 좀 더 박진감 넘치게 만든다.

페르시아의 왕자에서 게이머는 처음부터 위태로운 상태에서 게임을 시작하고, 압박감은 게임을 진행할수록 점점 더 커진다. 여기에 메크너는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반전을 끼워넣는다. 그림자 왕자와의 검투에서 그를 죽이면 왕자도 죽게 되는 것이다. 대신 그림자 왕자에게 무방비로 다가서면, 그 둘은 하나로 합쳐지게 된다. 자파에게 도달하기 위해서는 또한 바닥이 보이지 않는 절벽에서는 '신념의 도약'으로 뛰어내려야 한다. 게이머들은 다른 어떤 게임에서도 경험하지 못했던 도전 앞에서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를 고민해야 하지만, 이를 곰곰히 생각하는 동안에서 귀중한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간다. 페르시아의 왕자는 게이머에게 진정한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던 게임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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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러스 멕러린(Rus McLaughlin) / 번역: 페이비안 / 원문 게시일: 2008.5.30 / 출처: IGN Retro

* IGN.com으로부터 전문 번역 허가를 받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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