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다음 메인에 머니투데이 발 '한국닌텐도 "닥터 툴 불법장치로 판결"'이라는 기사가 떴다. 기사의 요지는 한국닌텐도의 요청에 의해 관세청에서 불법복제장치의 수입통관을 보류하고 이를 수입하고 유통시킨 업자들에 대해 법원에 약식기소한 바 있으며,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 위반으로 해당 업자들이 벌금의 약식 명령을 받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아마도 한국닌텐도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기반이 되어 나온 기사일 것이다.
처음 NDSL을 국내에 런칭하면서 이미 일본판 NDSL을 사용하는 유저들을 중심으로 유통되던 R4 등의 불법복제 기기에 대해서 그닥 적극적이거나 구체적인 대응 없이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던 한국 닌텐도는 지난 2월에 한국과 중국의 불법복제에 대해 엉뚱하게 미국 지적재산권 통상법 '슈퍼 301조'를 통한 제재를 요청하여 국내 유저들의 볼멘 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 이후에도 한국 닌텐도는 R4 등을 유통하는 오픈 마켓에 NDSL을 공급하지 않기로 하는 등 여러 조치들을 취해왔으며, 이러한 조치들에 대한 근거로 종종 '하드웨어는 잘 팔리는데 소프트웨어가 팔리지 않는 기현상'이 단골메뉴로 등장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이 실제로 있으며 그 원인에는 불법복제장치가 있고, 그로 인해 닌텐도의 손해가 크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닌텐도가 한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의사결정을 내리면서, 이런 부분에 대한 조사와 분석을 하지 않고 시장에 뛰어들었다고는 믿기 힘들다.
시장 초기 한국 닌텐도는 용산이나 오픈 마켓 등지에서 날개 돋힌 듯 팔리고 있던 불법복제장치에 대해 수수방관의 자세를 취했다. 대신 엄청난 물량을 들여 연예인이 나오는 각종 광고로 '게임 저변 확대'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아이들 사이에서는 초등학생만 되어도 닌텐도 없이는 반에서 친구들끼리 이야기가 안된다고 할 정도로 이제 NDSL은 아이들에게 하나의 '필수 아이템'이 되어버렸다.
과연 온라인 게임 일변도의 한국 시장에서 마케팅만으로 이렇게까지 하드웨어를 일반인들의 생활에 밀어넣을 수 있었을까? 그 이면에는 분명, 일반 유저는 물론이고 '일단 기계만 사주면 게임은 R4에 다운로드 받으면 되지...'라고 생각해서 NDSL 본체 구입에 쉽게 지갑을 열었던 부모들이 있다. 주변에 3~4명에게만 물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이야기다.
불법복제장치는 작어도 초기 한국 시장에서 닌텐도의 입지를 세우는데는 해악보다는 이득을 더 많이 주었다. 그리고 지난 2월의 헤프닝을 기점으로, 이제 R4를 비롯한 불법복제장치는 한국 닌텐도에게는 이제 더 이상 쓸모 없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한국 닌텐도는 불법복제장치에 대한 압박을 강화한다. 미국 통상법을 들먹이며 찬물 한 번 끼얹어 주고, 다음에는 오픈 마켓을 압박하고, 이제 수입업자를 압박한다.
회사의 전략으로 볼 때, 이는 상당히 훌륭하다. 불법복제는 말 그대로 불법이다. 대의는 회사에 있다. 그리고 이미 기계는 어느 정도 깔았다. 다른 콘솔 회사와 달리 닌텐도는 하드웨어로도 수익을 남기는 구조라고 알려져 있다. 마케팅으로 쏟아부은 비용 탓에 과연 회사가 이익을 남기고 있을지는 몰라도, NDSL은 대한민국에서 대표 휴대용 게임기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그동안의 코어 게이머만의 시장이 아닌, 어린이와 여성들도 타겟에 들어간 거대한 시장을 말이다.
그렇더라도 유저의 입장에서는 별 선택권은 없다. 불법은 불법이니까. 정품을 쓰면 된다. 비싸다고? 무엇에 비해 비싸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요새 만원은 기본인 책 한 권도 활자가 커지고 크기도 줄어 읽는 데 3~4시간이 걸리지 않는 것들이 즐비하다. 정품 한글 게임은 아무리 비싸도 4만5천원, 저렴한 경우 2~3만원에 불과하다. 지금 자신이 닌텐도를 비난하면서 하고 있는 얘기들을 냉정히 살펴보면, 사실은 습관으로 굳어진 것을 바꾸라고 하는 것에 대한 반사적인 거부반응일 수도 있다.
다만 씁쓸한 것은, 닌텐도의 기업으로서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한, 소비자를 그저 소비자로만 보는 태도일 것이다. '하드웨어가 잘 팔리는데, 소프트웨어가 팔리지 않는다'라는 말은, 뒤집어보면 하드웨어가 원래 팔려야 할 수준 이상으로 팔린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 이유는, 닌텐도가 스스로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불법복제장치에 대한 대책을 한국시장 진입 초기부터 철저하게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하드웨어 파는 데 급급한 나머지 소비자들에게는 게임팩 같은 건 R4랑 인터넷으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이 자리잡을 동안 소극적인 일반론만 폈던 닌텐도. 그리고 이제 NDSL이 대세가 되고 나서야 불법복제는 처벌 대상이다라는 메시지를 미디어와 포털에 뿌려 바람몰이를 하려는 닌텐도는 그닥 사랑스러운 기업은 아니다.
하기야 사랑스러운 기업이라는 말은 그 자체로도 어불성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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