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에 와이브레인 B1을 받아 일주일 정도 사용해보았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한다면, 집이나 사무실에서 '아, 지금은 PC가 한 대 더 있었으면...'하는 상황이나, 이동 중이나 외부에서 '이 때 PC가 있으면 참 좋을텐데...' 싶은 상황에서 내게 필요한 일들을 원활하게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 그야말로 UMPC 본연의 가치는 충분히 해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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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의 정확한 성능이나 벤치마킹 테스트 등은 이미 기존의 프로 리뷰어 분들이 상당히 많이 쓰신 터라, 저는 주관적인 감상에 기반한 사용기를 작성하고자 합니다. 참고로 저는 회사원에 블로거, 올드게이머, 일드 및 애니 선호의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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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따로 인코딩 필요없어! 나는 PMP가 아니걸랑~: 동영상 재생

B1은 현재 나온 UMPC 중에서도 꽤 높은 사양에 해당하기 때문에, 동영상 재생에 있어서는 큰 무리는 없습니다. 제가 종종 보는 동영상은 704x396, 비트레이트 192kbps 정도의 일드나 애니인데, 특별히 끊김 없이 잘 돌아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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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아이팟 터치가 들고 다니면서 동영상 보기는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귀찮은 건 바로 터치용으로 따로 인코딩을 하던지, 따로 인코딩된 파일을 구하던지 뭐 그래야 한다는 점이죠. B1은 하드 용량도 충분하고, 초초초초고화질이 아닌 왠만한 동영상은 잘 돌아간다는 점이 좋군요.

아쉬운 점이라면 역시나 발열과 배터리 사용시간이랄까요. 겨울에는 그럭저럭 손난로 대용으로 쓸 만 하겠지만 요새같이 더울 때에는 좀... ^^;; 2~3시간 사용하는 배터리는 출퇴근 외에 외부에서의 사용에는 무리가 있을 거 같습니다. 아답터 휴대는 필수가 되겠죠.

2. 블로거가 꿈꾸는 자유의 실현: 텍스트 입력 & 블로깅 & 와이브로

UMPC 중에서도 고진샤쪽 모델이나 HP에서 새로 나온 2133 같은 경우에는 노트북처럼 디스플레이가 상판에, 키보드가 하판에 위치하는 방식이죠. 반면에 와이브레인의 B1이나 삼성의 Q1의 경우에는 모니터 좌우에 썸네일 키보드가 달려 있는 방식입니다. HP 2133은 워낙에 키보드가 노트북 95% 정도로 좋다고 하니 논외로 치더라도, 고진샤는 회사에서 써볼 일이 있어서 좀 만져보니 되려 키가 다닥다닥 붙어 있어 상당히 불편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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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보기에는 노트북 스타일이 훨씬 편할 거 같은데, 썸네일 키보드도 익숙해지기에 따라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습니다. 1주일 간 쓰면서 한컴타자연습을 하루에 한 두번 정도 연습하고 있는데, 첫날 140타... 지금은 200타 정도 나옵니다. (원래 컴에서는 대략 400타 정도..) 연습해서 익숙해지면 조금 더 빠르게 될 여지도 있는 것 같습니다.

텍스트 입력이 개인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바로 블로깅을 위해서인데요. B1의 큰 매력 중 하나는 지하철에서 서서 블로깅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Windows Live Writer를 이용해서 시간이 날 때마다 드래프트를 만드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지하철에서든, 회사에서든, 집에서든... 아무 때나 블로깅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정리하는 용도로는 B1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쉬운 점은, 와이브로 내장형 모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특히나 USB가 하나 밖에 없는데다가, 와이브로 모뎀을 꼽을 경우에 텍스트 입력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다음 모델에서는 가장 먼저 개선되어야 할 사항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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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고진샤처럼 와이브로 결합하여 할인(혹은 할부)하는 정책도 꽤 유효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내장형이 안된다면 USB 위치는 반드시 개선을~~!!

3. 최신게임? 전.혀. 부럽지 않아~: 고전게임 애뮬 구동

MAME하고 ScummVm이 꽤 잘 돌아가기 때문에 훌륭한 포터블 고전게임 머신이 되는군요. MAME 경우에는 최신버전이 오히려 불안정하고, 0.97버전이 쾌적하게 돌아갑니다. 그래픽, 사운드 거의 완벽이네요. 방향키가 좌측에 있기 때문에 버튼 세팅만 만져주면 휴대용 게임기로서 손색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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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NDSL용 Scummvm을 가지고 놀다가 B1에서 돌려보는 스컴은 그야말로 천지차이네요. 화면도 넓직하고, 터치패드를 쓸 수 있다는 게 이렇게 쾌적할 줄이야! 고전 어드밴처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구입 가치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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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 밖에...

B1에는 화상통화용 카메라가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 WiFi나 WiBro를 활용하여 화상통화가 가능합니다. 카메라의 화질은 크게 기대할 수준은 아니지만 화상통화의 용도로는 쓸만한 것 같습니다. 마이크가 내장되어 있지 않다는 점은 좀 아쉬운 부분이네요.

USB가 하나인 대신에 블루투스를 지원하기 때문에, 블루투스 주변기기를 가지고 계시다면 B1의 활용 용이성이 상당히 올라갑니다. 저같은 경우에는 블루투스 마우스와 헤드셋이 꽤 유용했죠. 만약 정식으로 구입하게 된다면 소형 키보드 정도를 추가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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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 머신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느린 부팅화면도 좀 아쉬운데, 최대절전모드로 끄더라도 오래 지나면 이미지가 손상되었다면서 원래 부팅으로 켜집니다. 그리고 스타일러스를 뒤로 꼽아서 책상 위에 세우는 방식인데... 스타일러스를 안빠지게 고정시킬 수 있는 장치를 해두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조금만 움직이려고 해도 스타일러스 빠지고, 터치패드 조금 만지면 쓰러질려고 그러고... 좀 불안합니다. 안정적인 플라스틱 거치대 하나 넣어주어도 좋았을 거 같고요.

5. 마치며: 결론?!

그러나 제 경우에는 B1에서 굳이 집어내려고 하면 집어낼 수 있는 수십가지 결점들에도 불과하고 1,2,3번으로 정리한 부분에서의 활용도 면에서 생각보다도 만족할 만한 수준의 성능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B1이 상당히 매력적인 기기로 다가옵니다. 특히나 부담없는 가격에 가볍고 자유로운 블로깅이 가능하다는 건 정말 멋집니다. 다음 모델을 개발하실 때에는 블로거들의 니즈를 집중적으로 고려해서, 아예 포지셔닝을 확~그쪽으로 가져가시는 것은 어떨까 하는 제안도 드리고 싶네요. ^-^

UMPC를 고려하면서도 그 수수한 외모때문에 사실은 살짝 관심 밖이었던 와이브레인 B1을 체험할 기회를 주신 와이브레인, 다나와, PMP인사이드 관계자분들께 감사를 드리며 허접한 필드테스트 체험기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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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글: 2008/06/28 - [끈금없는 잡담] - WiBrain B1 사용기 1부: 첫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