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VG] 추억의 게임을 찾아서... <1편>

게임라이프/번역 2013. 10. 8. 16:39 Posted by 페이비안

Computer and Video Game에서 매주 고전명작들을 자료 화면과 함께 잠깐씩 살펴보는 기사를 올리기 시작했네요. 내용이 그리 길지 않아 멈추어 두었던 블로그를 돌리기에 딱일 듯 싶어 옮겨봅니다. 살짝 잊고 지내던 그 게임들을 다시 떠올리면서 그 시대의 추억 속으로 빠져보는 건 어떨까요? (CVG가 영국쪽 웹사이트인 관계로 게임명이나 발매시기가 국내에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약간 다를 수 있습니다.)

 

 

2002년 3월 : 零 Zero (북미명 : Fatal Frame, 유럽명: Project Zero) 잡지 광고

 

공포 게임하면 바이오 하자드나 사일런트 힐을 이야기하곤 하지만, 히나사키 미쿠가 되어 유령이 나오는 히무로 저택에서 사라진 오빠 마후유를 찾아다니던 시간을 게임 인생 가운데 최고로 무서웠던 기억으로 떠올리는 게이머들도 많다.  령 Zero가 특이했던 점은 주인공을 쫓는 유령들에게서 도망다니는 대신에 똑바로 마주보아야만 한다는 부분이었다. 투영기라는 특수한 사진기로 유령을 보거나 잡을 수 있는데, 덕분에 뷰파인더에 무시무시한 영상이 나타나서 깜짝 놀라게 되는 순간들이 여러번 연출된다.

 

령 Zero가 북미 잡지들에서 광고했던 것처럼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게임인지에 대해서는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일본 광고에서는 이에 대한 언급조차 없었다.) 히무로 저택이라는 곳이 실제로 존재하고 그 곳에서 수십 년 전에 가족 살인사건이 일어났었다고 알려져 있긴 하지만, 시리즈의 프로듀서인 시바타 마코토는 게임의 소재를 일본 도시 전설 두 가지와 유령 이야기들에서 가져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사실이 무엇이든 간에 령 Zero는 호러 게임 팬들 사이에서 손꼽히는 명작으로 남았고, 세 편의 후속작과 3DS의 증강현실 기능을 활용한 스핀 오프 작품인 '심령 카메라 : 빙의된 수첩'으로 이어지고 있다.

 

 

 

1989년 여름 : 틴에이지 뮤턴트 히어로 터틀즈 (닌자 거북이) 아케이드 전단지

 

1980년대 후반은 우리 모두가 좀 더 순박했던 시절이었다. 미스터빈도 신작 축에 속했고, 바이커 그로브가 방영을 시작했으며, 모두가 좋아하던 닌자 거북이는 영국에서 검열에 의해 닌자 대신에 히어로 거북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고 있었다.

 

닌자 거북이 만화가 유럽과 북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자 관련 상품들도 쏟아져 나오게 되었고, 그 가운데에는 액션 피규어, 침대 시트와 함께 물론 비디오 게임도 포함되었다.

 

코나미에서 제작한 횡스크롤 격투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미켈란젤로, 라파엘, 도나텔로, 레오나르도가 되어 로봇 악당들을 물리쳐 가며 사악한 슈레더에게 붙잡힌 에이프릴 오닐과 스플린터 사부님을 구해야 한다.

 

닌자거북이 아케이드 게임과 속편인 터틀즈 인 타임은 닌자 거북이를 소재로 한 게임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훌륭한 작품들로 기억되고 있다. 최근에 발매된 Xbox 라이브 아케이드용 틴에이지 뮤턴트 닌자 터틀즈 : 아웃 오브 더 셰도우즈에도 횡스크롤 아케이드 모드가 탑재되어 있기도 하다.

 

 

 

2004년 11월 : 메탈 기어 솔리드 3 위장복들

 

메탈 기어 솔리드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인 스네이크 이터는 전작들보다 과거인 1964년으로 돌아가 코드네임 네이키드 스네이크, 즉 젊은 시절의 빅보스가 무기 개발자를 구출하고 실험 단계의 첨단 병기를 파괴하는 동시에 예전 스승인 더 보스를 암살하기 위해 소련으로 잠입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잠입 기반의 게임플레이를 발전시키기 위해 메탈 기어 솔리드 3에서는 '카무플라주 인덱스'라는 개념을 도입하는데, 스네이크가 적에게 발각될 확률을 백분율로 화면 상에 표시하는 시스템이었다. 만약 수치가 낮으면 (음수가 될 수도 있다) 스네이크가 적에데 발견될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반대로 100%라면 기본적으로 적에게 아예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MGS 3의 개발 과정에서 코나미는 게임 홍보의 일환으로 카무플라주 디자인을 공모했다. 팬들이 위장복을 디자인하여 제출하고, 그 중에서 가장 멋진 4가지 디자인은 게임에 포함되었다. 선발된 디자인은 위 그림에 나오는 위장복들이었다. 동물 위장복을 입으면 스네이크가 1인칭 시점에서도 손을 떨지 않고 완벽하게 조준을 할 수 있게 되고, 바나나 위장복은 발각될 확률이 높아지는 반면 모든 음식이 바나나처럼 맛있어진다. 미이라 위장복은 심각한 부상에서도 데미지를 입지 않게 해주며, 파리 위장복은 스네이크를 공격하는 적들이 우스꽝스러운 동작을 하게 만든다.

 

어느 것 하나 빠질 것 없이 특수부대 공작원다운 진지함이 묻어나오는 디자인이었다.

 

 

 

1995년 12월 : WWF 레슬매니아 : 더 아케이드 게임 공략 비디오

 

1995년 당시 미드웨이는 NBA 잼과 막 세번째 게임을 출시한 모탈 컴뱃 시리즈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미드웨이는 WWF와 손을 잡고 실사를 바탕으로 한 스프라이트 캐릭터들이라는 회사의 강점을 이용하여 아케이드 스타일의 레슬링 게임을 발매하게 된다.

 

WWF 레슬매니아 : 더 아케이드 게임은 당시 기준으로도 가장 잘 만들어진 게임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언더테이커가 상대방 머리에 비석을 내리꽂는 장면이나 도잉크 더 크라운이 속임수로 적을 공격하는 모습에는 특유의 매력이 있었다.

 

아케이드 버전이 크게 성공하자 가정용 이식작들(메가드라이브, 슈퍼패미콤, 플레이스테이션, 새턴, 32X, PC)이 줄을 지어 발매되었고 급기야는 위 동영상을 담은 기이한 공략 가이드 비디오테이프도 나오게 되었다.

 

처음에는 평범하게 WWF 프레젠터 토드 페텐길이 일반적인 게임 관련 팁들을 알려주면서 시작하는 이 비디오는 브렛 히트맨이 미드웨이 스투디오를 소개하는 부분부터 조금 이상해지다가 WWF 슈퍼스타들이 직접 게임 관련 조언을 해주는 장면에서 기괴함이 폭발한다. 당시에 무대에서도 거의 말을 하지 않던 언더테이커가 나와서 "나에게는 데몬 디지라는 보너스 특수 기술이 있지."라고 말하는 모습처럼. (위 비디오에서는 8분 12초에 나온다.)

 

 

 

2001년 11월 : FIFA 2002 스크린샷

 

마지막으로, 최근 공개된 FIFA 14 트레일러는 올해도 어김없이 (대부분 FIFA 게임을 하지도 않는) 사람들에게서 "플레이스테이션 1 때부터 달라진 게 하나도 없어."라는 불평을 불러일으켰다.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FIFA 2002의 이 괴상한 스크린샷을 보고 나면 이러한 불만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과, 이 시리즈가 그 당시부터 많은 발전을 이룩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으리라.

 

불편한 진실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 스크린샷은 우리가 선수들을 실제 게임 상에서보다 더 이상하고 무섭게 보이도록 교묘하게 고른 것이 아니라, 무려 EA에서 직접 매체에 전달하여 이 게임이 얼마나 멋진지를 보여주기 위해 찍은 스크린샷인 것이다!

 

내년에 FIFA 15가 나올 무렵 바뀐게 하나도 없다고 EA를 욕하기 전에 오늘을 꼭 기억해주기 바란다. 물론 비타 버전은 좀 까여도 할 말이 없지만 말이다.

 

출처: CV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