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입하게 된 계기

맨 처음 이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건 아마도 @kinophio 님의 트윗을 통해서 였던 거 같습니다. 하도 오래전이라 잘 기억은 안나는데, 중2병 주인공이 나온다는 게 특이하네, 여주인공들 눈동자 색이 신기하네..정도의 생각만 하고 까먹고 있다가 PSP로 이식된다는 소식을 듣고 웹에서 정보를 찾아봤었죠. 스토리가 괜찮다는 평이 많아 구입을 결정했습니다.

첫인상

심각한 과대망상, 소위 말하는 중2병 중증이라는 파격적인 주인공 캐릭터 설정에 오히려 신선하더군요. 조금 더 하다보니 주인공 뿐만 아니라 다른 캐릭터들도 모두 정상은 아닌 듯. 이런 엉뚱한 애들이 주고 받는 개그에 피식거리다 보니 서서히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되더군요.

인상적인 부분들

초반에 약간 지루한 감이 없지는 않지만 그건 아마도 제가 일본어 실력이 능숙하지 않아서 하나 하나 신경써서 읽어 나가다 보니 그런 거 같기도 하고요. 하면 할수록 뒷 이야기가 어떻게 되나 궁금해지는 느낌은 게임을 하면서 대단히 오랫만에 맛보는 기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약간 적응이 안되던 캐릭터 디자인도 (특히 눈동자..) 좀 뭔가 얼이 빠진 듯한 여러 캐릭터들을 표현하기에 매우 적절하고, 거기에 더해 극단(?)적인 성격들을 보여주는 캐릭터 각자의 성우 연기가 대단히 훌륭한 것도 이야기의 몰입감을 높이는 요소로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원래 이런 게임들에서 메인 히로인 캐릭터들은 꽤나 신경써서 디자인하는 게 당연하지만, 주인공의 소꼽친구인 마유리나 천재소녀이자 주인공과 툭탁거리며 개그를 하는 크리스의 경우에는 각각 천연바보와 츤데레의 전형을 따르면서도 엄청나게 파괴력있는 캐릭터를 구축하고 있네요. 마유리의 느긋한 말투나 아무렇지도 않게 @channel 용어를 내뱉다가 당황하고 마는 두 여주인공은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날 듯 합니다.

게다가 주인공 친구인 '다루'도 그냥 거기 있는 조연 남캐릭터라고 하기에는 대단히 멋진 캐릭터인듯.

이야기의 메인 테마는 '시간여행'인데, 여기에 일본의 여러 가지 문화적 유행 코드들, 대표적으로 주인공의 중2병 설정에다 2ch의 인터넷 은어라던지, 아키하바라의 메이드 샵, 전국 규모의 대회가 열리는 카드 배틀 같은 요소들을 잘 버무려서, 뭐랄까 꽤나 그럴듯한 2010년 아키하바라의 어느 곳이라는 가공의 세계를 만들어 냈다는 점이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클리어 후 소감

클리어까지 대략 50시간 넘게 걸렸습니다. 진엔딩 보느라고 처음부터 스킵을 반복하면서 한 번 더 돌았던 부분도 있어서 굉장히 오래 걸린 듯한 느낌. 뭐, 엔딩 내용을 보고 나니 들인 노력이 아깝지는 않군요. 전반적으로 이야기가 매우 촘촘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게 가끔은 읽기가 너무 힘들기도 하고, 나중에 이야기가 맞아 떨어지는 부분에서 재미가 있기도 하고... 양날의 검과 같은 느낌이랄까.

아무튼 각각의 엔딩이 나름 괜찮았고, 진엔딩은 방금 언급한 것과 같이 이 길고 긴 이야기의 끝을 아무 깔끔하고 멋지게 마무리해주었기 때문에 후련하네요.

한줄 요약

이건 미소녀 게임의 탈을 쓴 SF 명랑 감동 어드밴처 게임입니다. 일본어가 되는데 아직 이 게임을 안해보신 분은 꼭 해보시길. 참고로 아이폰, 아이패드 용으로도 이식되어 있습니다. (일본 앱스토어에서 구입 가능)

이 모든 것은 슈타인스 게이트의 선택. 엘.푸사이.콩그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