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다른 거 다 제쳐두고 아래 트레일러를 한 번 봅시다.



이 트레일러를 보고 조금이라고 마음이 동하시는 분은 이 게임.. 한 번 해보시길 권합니다.

홈페이지에 명시된 플레이타임이 4.5시간 (개인적으로는 다섯 시간 남짓 걸린 거 같습니다만) 정도의 작은 소품 같은 게임입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최근 게임을 하면서 가장 감상적이 되었던 다섯 시간이었습니다.

스토리 도입부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인적이 드문, 등대가 세워진 절벽에 지은 커다란 집에서 임종을 앞두고 있는 '조니'는 달에 가고 싶다라는 이루지 못한 소원이 있습니다. 생을 마감하기 전, 기억 속에서라도 소원을 이루고 싶었던 그는 그걸 가능케 하는 기술을 가진 회사와 계약을 합니다. 이 계약에 따라 기억을 탐사하고 조작하는 기술자인 Eva Rosalene 박사와 Neil Watt 박사가 임종을 앞둔 채 의식불명 상태에 있는 그를 방문하는데, 조니가 그의 기억 속에서 달에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두 박사가 그의 의식 속에 있는 기억의 파편들을 살펴봐야 하죠.

'조니'의 기억 속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Eva와 Neil은 조니의 소지품, 친구, 아내 그리고 그의 인생 그 자체에 대해 하나씩 하나씩 알아가게 됩니다. 그러면서 결국 그의 소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알게 되지요.

영화로 치면 최근에 제이크 질렌할이 주연했던 소스코드와 좀 다르면서도 유사한 느낌의 소재를 다룬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기억을 통한 과거로의 회귀라는 이야기 재료야 뭐 아주 색다른 건 아니지만, 이 재료를 사용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가 정말 '갑'입니다.


트레일러의 분위기로 짐작하시겠지만 전반적으로 슬프고 아련하기만 한 느낌이 될 수 있는 이야기의 흐름을 두 명의 과학자(라기 보다는 기술자?) 콤비의 개그로 조절하면서, 감정의 고조에 이르는 부분은 트레일러에서도 살짝 보여주는 애절한 음악으로 더 세게 밀어주기 때문에, 뭐랄까... 플레이하는 시간 동안 눈물 찔끔, 피식 웃음, 눈물 찔끔, 피식 웃음.. 이런 상황이 된다고 할까요.

그래픽에서 RPG의 냄새가 납니다만, 실제로는 RPG의 분위기만 빌려온 인터렉티브 드라마라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릴 거 같습니다. 게임 초반의 RPG 전투 패러디 장면만 보더라도, 아마 만든 사람도 그런 부분을 의도한 것이 아닐까 싶네요.

개인적으로는 올 해의 가장 인상적인 게임 중 하나로 남을 거 같습니다.

게임은 개발사 Freebird Games의 홈페이지에서 무료 체험판(1시간 플레이 제한)을 다운로드하거나 구매하실 수 있고, 가격은 $12 입니다.

"The ending isn't any more important than any of the moments leading to it." - Dr. Rosale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