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전자잉크를 사용한 e-book 리더 중에서는 가장 성공한 모델로 평가받고 있는 아마존 킨들의 후속 모델이 발매되었습니다. 실수로 다음페이지로 쉽게 넘어가던 Next Page 버튼, 엉성한 케이스 등 구버전에서 불편했던 자잘한 여러 사항들에 더해 3G 망을 활용하여 미국에서는 거의 모든 지역에서 네트워크 접속을 통해 아마존에 접속하여 책을 구매하고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되는 등 사용의 편의성을 한층 높였다는 평가인데요.



한국에서도 컴퓨터에 USB로 연결하여 책을 다운로드 받는 방식으로나마 사용할 수 있을 거 같아 와이프에게는 영어공부 겸 하루종일 모니터 보면서 피로한 눈을 전자잉크를 통해 안정시킨다는, 속이 뻔한 (^^; ) 구실을 달아 구매대행 사이트를 통해 지난 주 즈음 손에 넣었습니다. 마침 비행기를 좀 길게 타고 출장을 떠날 일이 생겨서, 기내에서 진득하게 테스트도 할 수 있었고요.


첫인상은 일단 얇고 모서리가 둥근데다가 뒷면의 금속 재질까지, 딱 보면 아이팟이 생각나는 느낌입니다.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전자잉크를 이용한 화면은 이런 느낌이죠. 처음에는 스티커에 붙여져 있는 그림인 줄 알았습니다.


전자잉크의 특성 상, 일단 화면에 표시가 되고 나면 그 화면을 유지하는 데에는 따로 전력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전원을 끄면 유명한 작가의 사진이나 유명한 책의 그림 같은 꽤나 멋진 화면을 뿌려주면서 전원이 꺼지는 센스.



덕분에 한 번 충전하면 밤 새워서 책을 읽지 않는 이상, 한 일주일 정도는 다시 충전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책 읽어주기 기능이나 통신 기능을 사용하면 배터리가 빨리 소모됩니다. 책 읽어주기는 따로 오디오 파일이 들어 있는 게 아니라, 단어 인식으로 읽어주는 방식입니다만, 생각보다 심하게 어색하지는 않더군요. (어색하기는 어색합니다.)

아마존에서 대부분의 신간은 킨들 버전이 $9.99로 판매되고 있고, 고전 명작의 경우에는 작가 별로 묶어서 무료에서 $2.99 정도로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어서 컨텐츠 면에서는 풍족한 편입니다. 물론 영어 원서를 즐겨 읽는다는 가정 하에서 말이죠. 저는 일단 The Last Lecture하고 H.G. Wells 전집을 구매해서 The Last Lecture는 비행기 안에서 다 읽고, 지금은 타임머신을 읽고 있습니다.


기내에서 한 10시간 동안 책 한 권 다 읽었네요. 전자잉크로 된 화면은 확실히 눈이 덜 피곤합니다. 그냥 종이에 잉크로 인쇄된 화면을 보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인데요. 다만 백라이트가 없기 때문에 어두운 곳에서는 따로 북라이트 등의 광원이 필요하고, 화면이 넘어갈 때마다 잠깐 화면이 역상이 되면서 깜박거리는 게 예민한 사람에게는 좀 거슬리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눈이 편한 데다가 영영 사전까지 바로 찾아볼 수 있다는 점까지 더하면, 다른 부가기능을 다 제하더라도 느긋하게 원서 읽기에는 더없이 좋은 장난감이네요.


가격은 $359지만, 가죽 커버에다가 북 라이트, 그리고 미국 내에서만 배송하기 때문에 배송대행 비용까지 생각하면 가격이 상당합니다. ㅠ.ㅠ 커버는 살까말까 고민을 했었는데, 들고 다녀보니 선택이라기보다는 필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북 라이트는 이넘이나 저넘이나 일 듯 하지만 빛이 매우 고르게 퍼진다는 얘기에 혹해서 같이 구매했었죠. 이것 역시 백라이트가 없는 킨들에는 필수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