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3년 전인가부터 일드의 매력에 빠져서 매 분기 적어도 하나씩은 꼭 보고 있습니다. 대체로 11화 정도로 쌈빡하게 끝난다는 점과 좀 짜증나는 갈등이나 오해가 발생하더라도 거의 한 회나 다음 회 정도에는 시원하게 정리된다는 점이 한국 드라마랑 좀 다른 재미를 주네요. 또한 게임이나 애니보다는 실생활에 써먹을 수 있는 대화를 줏어들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더라고요.

2008년 1분기에는 '장미없는 꽃집'하고 '1파운드의 복음'... 요 두 개를 열심히 시청하고 있는데, 지난 주에 1파운드의 복음이 9화로 먼저 완결되었습니다. 원작이 '란마1/2', '이누야샤'로 유명한 다카하시 루미코의 동명 만화라던데 '노다메 칸타빌레'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코믹하게 드라마 각색이 잘 된 작품에 든다는 느낌입니다. 원작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만화와의 비교는 어렵지만, 드라마 자체로 놓고 봤을 때에는 괜찮은 이야기가 된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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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코다권투클럽이라는 허름한 권투도장을 배경으로, 권투에는 소질이 많지만 식탐도 대단해서 체중감량에 실패하고 마는 하타나카라는 젊은 복서와, 동네 수녀원에서 고아 시절을 보내고 자라서는 수녀가 된 안젤라 수녀가 서로 가까워지는 이야기가 중심 스토리입니다. 거기에 걸걸한 여장부인 관장, 반대로 소심한 왕따 아들, 관장 곁에서 그녀를 짝사랑하는 트레이너, 저마다 작은 이야기들을 가진 클럽 소속 선수들, 그리고 수녀원의 원장 수녀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훈훈한 이야기들이 양념을 더하고 있죠.

예전에도 일드는 아주 유명하다는 것만 한꺼번에 찾아서 가끔씩 보다가, 본격적으로 매 시즌 실시간으로 보게 되었던 계기가 바로 '노부타 프로듀스'였었는데요. 그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두 주인공 중의 한 명이 그룹 KATTUN의 멤버인 카메나시 카즈야였죠. '1파운드의 복음'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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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타도 그렇고 고쿠센도 그렇고, 그냥 그 나이 때에 맡을 수 있는 '멋진 학생' 역할이라 그냥 드라마 자체만 재밌게 봤지 카메나시의 연기에 대해서는 그닥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1파운드의 복음에서는 정말 어떻게보면 너무 오버해서 썰렁할 수도 있는 역을 깔끔하게 잘 소화하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더군요.

인물 설정 자체가 먹는 거에 목숨 거는 단순한 바보에 복싱에는 천재, 세상 물정도 잘 몰라서 감히 수녀님을 좋아해버리는... 그야말로 만화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대사나 표정, 행동 등등이 정말 말도 안되는 설정을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끔 연기를 한다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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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투는 별로 좋아하는 경기는 아닌지라 과연 얼마나 재현을 잘했느냐는 잘 모르겠지만,  전혀 모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럴 듯 하게 폼은 나는 듯 하고요. 적어도 저 친구 폼만 재는 아이돌로 끝날 건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 좀 오버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요.

주변 인물들도 나름 개성 있게 드라마를 잘 받치고 있는 듯 하고요. 스토리 구성도 9화 정도에 맞는 분량이랄까 아마도 몇 화 더 했으면 좀 지겨워질 수도 있었을 거 같군요.

대체적으로... 맘편하게 웃으면서 즐거워할 수 있는 드라마라서 좋았더랬습니다. 드라마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는 '스스로의 이유로, 스스로의 힘으로 내 딛는 새로운 한 걸음'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그런 부분을 그닥 무겁지 않게 제시하는 것도 맘에 들었고요. 원작도 기회가 닿으면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PS. 지금 보고 있는 또 하나의 일드인 장미없는 꽃집도 주인공역인 카토리 싱고의 연기가 정말 인상적. 스마스마같은 버라이어티 프로에서 여장하고 개그하는 그 친구하고 같은 사람인가 싶을 정도랄까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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