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산후조리원 어디가 괜찮은지 알아보러 다니다가 지친 나머지 주변에 아무 밥집이나 들어가서 저녁을 때우려다가 정말 우연히 발견한 파스타집 이탈리안 레스토랑. 어수선한 (다른 말로 일반적인 서울의 풍경인) 큰길에서 아주 약간 골목으로 들어간 곳에 왠지 제대로 된 파스타를 대접할 것 같은 포스를 풍기는, 2층짜리 단독주택을 개조한 듯한 Agio라는 가게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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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도 외관이지만, 실내도 뭔가 'The 경양식집'이라고 외치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오래된 소파, 구닥다리스러움과 고풍스러움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줄을 타고 있는 듯한 소품과 벽걸이 그림들, 나비넥타이를 제대로 매고 서빙하는 종업원들, 가스 냄새를 살짝 풍기는 난로 등등이 조합된 이 파스타집은 주인의 취향에 1992년부터의 시간이 무엇인가를 보태주어 조금 더 따뜻함과 그리움이 묻어나는 장소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2층에도 테이블이 있고, 화장실, 테라스 등이 있습니다. 2층 쪽도 예쁘게 잘 꾸며져 있고, 손님도 좀 있더군요. 괜히 1층에 앉았나.. 함 올라가볼까 생각하는 중에 음식이 나와버려서 그냥 눌러앉았습니다. ^^

주문했던 음식은 하나는 닭고기 필라프, 하나는 연어 페투치네였고 가격은 각각 10,000원과 11,000원이었습니다. 메인메뉴인 라이스와 파스타는 최근의 파스타집들에 비해서는 종류가 아주 많지는 않지만 가장 일반적인 메뉴는 갖춘 편입니다. 가격은 대부분이 만원대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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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은 매콤한 느낌이 잘 살아있는 반면 너무 맛이 강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버섯이랑 각종 야채들도 큼직큼직하게 들어가 있어서 또 좋았고요. 밥 자체가 아주 조금만 더 맛있었다면 더 좋았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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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의 페투치네는 크림이 아주 고소하더군요. 왠지 페투치네에 대한 공포감이 최근에 많이 사라지고 있는 듯 합니다. (까르보나라는 여전히 좀 무섭지만...)

또 맘에 들었던 것은, 마늘빵도 공짜에다 음료도 리필되는 등 옛날에는 당연했던 거지만 지금은 많이 사라진 그런 푸짐함에다가, 종업원들이 굉장히 친절했다는 점입니다. 나비넥타이를 그냥 폼으로 매고 있는게 아니더라고요.

덕분에 배만 채운 게 아니라 기분도 말끔해져서 씩씩하게 산후조리원 순례를 다시 이어갔습니다. 아마도 이 근처의 산후조리원에 예약을 하게 될 것 같아 또 들를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어쨌거나, 90년대의 아늑함과 함께 맛있는 파스타 및 이탈리안 요리를 드시고 싶으신 분이라면, 한번 들러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주소: 서울시 관악구 봉천1동 972-24, 전화번호: 02-872-5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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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Oldboy님의 댓글을 읽고 보니, 저도 분명 간판에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고 써있는 걸 본 것 같네요. 메뉴에도 Rice와 Pasta의 비율이 반반이었던 것을 보면, 파스타집이라고 하기보다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쪽이 맞을 듯 하여 제목과 내용 일부를 수정하였습니다. 또한 Agio는 정동에 본점을 갖추고 광화문, 인사동, 홍대, 강남에도 가게가 있는 체인이라고 합니다. (홈피 클릭) Oldboy님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