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차원으로

N64의 시대에 메트로이드 시리즈는 불행한 운명을 맞이한다. 1996년, 요코이 군페이가 게임보이에 이어 야심차게 내놓은 새로운 하드웨어 버추얼 보이가 시장에서 참패를 기록하면서 닌텐도 내에서 그의 영향력과 입지가 크게 줄어들게 된 것이다. 결국 그는 자신이 게임 비즈니스의 정상에 올려놓은 닌텐도를 떠나 코토 랩이라는 회사를 설립하여 반다이의 휴대용 게임기인 원더스완의 개발에 관여한다. 그러나 그는 원더스완이 세상에 나오는 것을 지켜보지 못하고 1997년 교통사고로 많은 팬들의 슬픔 속에 세상을 떠나고 만다. R&D1의 남겨진 이들의 영향력 만으로는 사무스의 새로운 이야기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그녀는 자신의 게임이 아닌 대난투 시리즈에서나 그 모습을 내비치는 정도로 8년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N64의 라이프사이클 전반에 걸쳐, 심지어 게임큐브에 이르기까지 신작 메트로이드에 대한 루머가 계속해서 흘러나왔지만 닌텐도는 이러한 소문을 철저히 부정했다. 그러기를 거듭하던 90년대 말 닌텐도는 메트로이드의 외주 제작을 한 미국 개발사에 맡기게 된다.

외주를 맡은 곳은 제프 스펜젠버그(Jeff Spangenberg)가 이끄는 레트로 스투디오즈(Retro Studios)로 텍사스 오스틴에 위치한 닌텐도의 세컨드 파티 개발사였다. 닌텐도는 레트로에 다섯 개의 프로젝트를 맡겼으나 모두 개발이 매끈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그 중 하나였던 3D 메트로이드 게임을 위해 다른 네 개의 프로젝트가 모두 취소되었지만, 메트로이드 역시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3인칭 3D 어드밴처로 개발되고 있던 게임의 요소 요소가 하나로 맞아 떨어지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급기야 미야모토 시게루가 시리즈 사상 최초로 직접 참여하여, 그동안 만들었던 레트로의 3인칭 버전을 모두 뒤엎어 버리고 게임을 1인칭 시점으로 다시 개발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조치는 세간에 널리 퍼져있던 3D 메트로이드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을 더욱 강하게 만들 뿐이었다. 메트로이드의 독특한 게임성은 3D로 옮겨지기 힘들다는 것이 당시의 일반적인 의견이었다. 게다가 스펜젠버그가 레트로를 퇴사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상황은 더욱 암울해졌다. 

한편 사카모토와 인텔리전트 시스템즈는 게임보이 어드밴스로 슈퍼 메트로이드의 2D 속편 개발을 조용히 진행하였다. 이러한 동시 개발을 통해 GBA와 GC의 연동기능을 활용한 추가 요소도 고려되었다.


2002년, 드디어 길고도 길었던 메트로이드 시리즈의 침묵이 마침내 끝났다. 단 며칠 간격으로 게임큐브와 게임보이 어드밴스에 메트로이드의 신작이 등장한 것이다. 메트로이드 퓨전은 미션 기반의 구성으로 자유도 면에서는 어느 정도 희생이 이루어졌지만, 그로 인해 메트로이드 시리즈 중 가장 접근하기 쉬운 작품이 되었다. SR-388을 다시 찾은 사무스는 X 패러사이트에 감염되어 파워 수트를 제거하는 수술과 함께 키드 메트로이드의 DNA를 이식받아 목숨을 유지하게 된다. 메트로이드는 X 전염병에 대한 초로의 치료제였던 것이다. 초로를 전멸시켰던 과거의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아직까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사무스는 약해진 몸에 퓨전 수트를 걸치고 388 궤도에 있는 과학 시설에 뛰어든다.

퓨전은 기존 시리즈와 매우 다른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음울한 분위기는 밝고 화려한 색감으로 대치되었고, 미션의 목적은 인공지능인 아담에 의해 분명하게 지시된다. 사무스가 좀 더 약해졌다는 점은 긴장감을 상당히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게이머는 사무스의 파워 수트가 생물학적인 기술로 만들어졌고, 그녀의 의식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파워 수트가 없는 사무스는 아담과의 대화 속에서 예전보다 속마음을 좀 더 내비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파워 수트 버전 사무스의 도플갱어인 SA-X에 쫓기는 불안감과 공포를 게이머와 캐릭터가 함께 하게 되는 것이다.

과학 시설을 SR-388에 충돌시키는 것이 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지만, 항상 등장하는 시간 제한 탈출 과정 중에 사무스의 앞을 강력한 최종 보스가 막는다. 슈퍼 메트로이드의 반전에서처럼, 그 때까지 적인줄 알았던 SA-X가 위기 일발의 순간에 사무스를 구원하고 그녀는 다시 원래의 힘과 능력을 완전히 되찾게 된다.

놀랍도록 부드러운 그래픽과 숨막히는 스토리로 퓨전은 진정한 메트로이드의 감각을 되살린 게임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이보다 더 세상을 놀라게 한 것은 바로 레트로의 게임큐브용 메트로이드였다. 메트로이드 프라임은 출시되자마자 메트로이드의 3D화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들을 모두 잠재워버렸다. 파워 수트 안 사무스의 관점을 경험한다는 것은 팬들에게 확실하게 통했다. 사이드 스크롤에서 1인칭으로의 변화가 그 누구의 상상보다도 더 훌륭하게 이루어진 것이다.

메트로이드 프라임의 시간적 배경은 메트로이드 II 이전이며 이번에는 페이존(Phazon)이라는 돌연변이가 등장한다. 리들리를 쫓아 사무스가 도달한 곳은 이제는 폐허가 된, 텔론 IV라는 폐이존에 오염된 초조의 콜로니이다. 사무스는 열두 개의 초조의 유물을 모아 오염의 근원지인 페이존 메테오가 있는 곳에 도달하여, 이를 지키는 거대 돌연변이 메트로이드와 마주하게 된다.

닌텐도는 메트로이드 프라임이 FPS가 아닌 1인칭 어드밴처라는 점을 강조했다. 프라임은 또한 1인칭 파워 수트의 HUD 화면에서 3인칭으로 진행되는 모프 볼 파트를 자연스럽게 융합하는데 성공하였다. 몇몇 게이머들은 HUD에 살짝 반사되는 사무스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아이템과 적들을 스캔하면 더 많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는데, 이는 스토리의 요소로서 작용함은 물론 게임 진행을 위한 힌트이기도 하다. 가장 멋진 엔딩을 위해서는 빠른 진행보다 아이템을 최대한 모으는 것이 중요해졌다. 모든 것이 3D로 진화하는 메트로이드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 그 자체였다.

이번에는 타이밍도 잘 맞춘 프라임은 게임큐브의 베스트셀러 게임이 되었다. 덕분에 사카모토와 레트로의 마크 파시니(Mark Pacini)가 총괄을 맡는 프라임의 3부작 시리즈 기획이 닌텐도 경영진의 승인을 얻는다. 메트로이드 프라임 2: 에코즈는 전작으로부터 2년 후에 발매되었는데, 이는 시리즈 사상 가장 빠르게 등장한 후속작이었다.


사무스는 페이존 메테오에 의해 감염된 또 다른 행성인 이더(Aether)에 파견되는데, 이 행성은 페이존의 영향으로 빛과 어둠의 차원으로 나뉘어져 있다. 페이존을 노리는 해적 무리와 돌연변이 메트로이드, 그리고 체력을 갉아먹는 다크 이더에 더해, 사무스는 죽은 생명체를 조종할 수 있는 잉(Ing)이라는 반 액체 물체를 상대해야 된다. 반면 되살아난 메트로이드 프라임은 SA-X와 유사한 다크 사무스가 되어 사무스를 노리게 된다.

메트로이드의 독특한 분위기는 에코즈의 암울한 배경과 함께 어우러져 최고의 몰입감을 보여주며, 병행 세계라는 설정은 또한 퍼즐의 난이도도 상승시켰다. 이번 작품에는 멀티플레이어 데드 매치가 선보여지는데, 메트로이드의 감각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이 멀티플레이어 모드로 인해 프라임 2의 판매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게 된다.

프라임 2는 예상보다 성공하지 못했지만 닌텐도 DS로 2005년에 등장한 메트로이드 프라임: 핀볼이 나름 괜찮은 성적을 보여주며 이를 만회했다. 이 게임은 메트로이드 시리즈의 골수 팬들에게는 큰 환영을 받았지만 기존 휴대용 메트로이드가 보여주었던 혁신은 찾아보기 힘든 게임이었다.

진정한 메트로이드 멀티플레이어 게임은 2006년에 DS로 등장하게 된다. 닌텐도 소프트웨어 테크놀러지(NST)에서 개발한 메트로이드 프라임: 헌터즈는 스타일러스를 적절히 활용한 조준과 점프 조작으로 메트로이드의 명성에 걸맞는 조작감을 선사하는 멀티플레이어 중심의 게임이었다. 캠페인 모드는 메트로이드답지 않은 스토리로 사무스가 다른 현상금 사냥꾼과 궁극의 외계 무기를 얻고자 하는 경쟁에 뛰어든다는 이야기지만, 음성 채팅이 가미된 WiFi 멀티플레이어는 각종 게임 매체와 팬들에게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레트로 스투디오가 헌터즈의 개발을 NST로 넘긴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레트로의 최우선순위는 바로 닌텐도의 일곱번째 세대 게임기로 등장할 메트로이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닌텐도 Wii로 등장할 메트로이드는 프라임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할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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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러스 맥러린 (Rus McLaughlin) / 번역: 페이비안 / 원문 게시일: 2007년 8월 23일 / 출처: IGN Retro

* IGN.com으로부터 전문 번역 허가를 받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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