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1개의 게임이 세상에 등장하여 도합 천만 카피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메트로이드 시리즈이지만, 시리즈의 주인공인 강철 갑옷 속의 그녀 사무스 알란에 대해 알려진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우리가 확실히 아는 것은 단 한가지, 그녀는 언제나 혼자라는 것.

그래서일까. 그녀는 언제나 과묵하다. 그녀에 대해 알 수 있는 힌트가 거의 없는 것이다. 시리즈의 첫번째 게임을 플레이했던 게이머들은 끝날 때까지 갑옷 속에 있는 이가 여자인지조차 알지 못했다. 나중에야 우리는 사무스의 부모가 리들리라는 해적에게 살해당했고, 그 후 초조라는 이름의 멸망한 외계인 종족에 의해 길러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초조로부터 부여받은 변신형 파워 수트 덕분에 최강의 현상금 사냥꾼이 된 그녀는 은하 연방에 고용되어 우주 구석구석을 누비며 위험한 임무를 처리하는 해결사의 역할을 맡는다. 이는 그녀 자신에게도 가족을 살해한 해적들에 대한 복수의 기회이기도 했다. 

사무스 알란이 제베스라는 행성에 도착하면서 우리는 그녀를 처음 만나게 된다. 우두머리인 마더 브레인을 물리치고 초조로부터 만들어진 미지의 기생체를 궁극의 생물학 병기로 만들고자 하는 해적들의 연구를 막아야 한다. 이 미지의 기생체 이름은 메트로이드. 바로 사무스 알란이 일생에 걸쳐 관여하게 될 이름이었다.

미스테리의 시작 

1986년 8월. 하드웨어 불량과 제품 리콜로 힘들게 출발했던 닌텐도의 패미콤은 가정용 게임기 시장을 석권하게 된다. 경쟁자인 세가의 마스터 시스템보다 3년이나 앞서서 시작했을 뿐 아니라, 당시 33세였던 천재적인 게임 디자이너 미야모토 시게루의 초강력 히트작인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와 젤다의 전설이 83년도 아타리 쇼크에서 게임 산업을 구원해내는 업적을 이룩했던 것이다.


게다가 일본에서는 패미콤 디스크 시스템이라는 주변기기가 매우 좋은 반응을 얻었다. 패미콤의 카트리지 삽입구를 통해 연결되는 외장형 디스크 드라이브인 패미콤 디스크 시스템에는 닌텐도 독자 규격의 3인치 플로피 디스크가 사용되었다. 이러한 디스크를 활용한 게임은 생산단가가 낮아 세가의 카트리지 게임에 비해 40 퍼센트나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었고, (자동판매기를 이용할 경우 더 저렴했다) 당시 아타리 2600 카트리지의 4K에 비하면 엄청나게 큰 용량인 128K 저장 공간을 활용할 수 있었다. 패미콤 디스크 시스템용으로 맨 처음 발매된 게임인 젤다의 전설은 광활한 월드맵은 물론, 그 안에 가득한 숨겨진 방들과 던전들로 이러한 용량이 주는 잇점을 과시했다. 단순한 야구나 골프 게임으로는 경쟁조차 안되는 게임이 탄생한 것이다. 닌텐도의 경영진들은 미야모토에게 디스크 시스템용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속편 제작을 지시했고, 디스크 시스템을 활용한 새로운 히트 게임의 제작은 미야모토의 옛 스승, 요코이 군페이가 이끄는 전설적인 R&D1 팀이 맡게 된다.

한 때 청소부에 불과했던 요코이 군페이는 게임&워치 시리즈의 성공을 통해 닌텐도의 핵심 크리에이터가 되었다. 그는 미야모토가 첫번째 아케이드 히트작들인 돈키콩과 마리오 브라더스를 개발할 당시 제작 총괄을 맡기도 했지만 이후 그의 제자가 세계적인 인기와 주목을 받게 되면서 요코이 군페이의 명성과 영향력은 서서히 줄어들게 되었다. 이번 임무는 그가 이끄는 R&D1팀이 아직은 죽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할 기회였다.

요코이 군페이는 이 작업에 세 명의 개발진을 모았다. 카노 마코토가 캐릭터 설정과 시나리오 구성을 맡았고, 키요타케 히로지가 사무스, 리들리, 크레이드, 마더 브레인 등을 디자인하였으며, 디렉터로 사카모토 요시오가 투입되었다. 새로 개발되는 게임은 슈팅 장르를 베이스로 하여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플랫폼 장르를 결함하고, 여기에 젤다의 자유로운 탐험 요소를 덧붙이면서 마지막으로 독특한 고유의 분위기를 가미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요코이는 과거의 자산을 최대한 활용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

마리오와 젤다가 밝고 즐거운 게임이었던 반면, 사무스 알란의 모험은 리들리 스콧의 1979년 명작 공포 영화인 "에일리언(Alien)"에서 빌려온 어두운 분위기를 띠게 된다. 우연의 일치로 게임이 발매되는 1986년 바로 그 여름, 여전사와 징그러운 외계 생명체의 싸움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제임스 카메론의 "에일리언(Aliens)"이 등장한다.

사카모토는 당시를 이렇게 기억한다. "한창 개발이 진행되고 있을 때였어요. 스텝 중 누군가가, '만약 수트 속 인물이 알고보니 여자였다는 설정 멋지지 않아?'라는 제안을 했고, 내부에서 이를 검토한 뒤 개발진 사이에서 투표를 했죠."

그리고 1986년 8월 6일, 패미콤 디스크 시스템으로 메트로이드가 발매되었다.

게이머는 현상금 사냥꾼 사무스 알란이 되어 우주 해적을 소탕하기 위해 괴생명체로 가득한 어두운 미궁을 홀로 탐험한다. 그 누구도 사무스를 도와주러 오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제베스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무기와 수트를 업그레이드하여 새로운 지역에 도달할 수 있는 능력을 얻는 것 뿐이다. 그러나 사무스에게는 그녀에게만 가능한 독특한 능력으로, 작은 공으로 변신하여 좁은 공간을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었다. 모프 볼(Morth Ball)이라는 개념은 사실 사람 모양으로 사지를 휘둘러 좁은 지역을 기어가는 것보다 공이 되어 구르는 것이 보다 간단한 애니매이션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에 고안된 것으로, 개발진은 이러한 바탕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게임 전반에 걸쳐 최대한 활용하였다. 

메트로이드는 상당한 플레이타임을 보장하는 게임이기도 했다. 최종 보스인 마더 브레인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수 시간에 걸친노력이 필요했는데, 패미콤 디스크의 쓰기 기능 덕분에 세 개의 세이스 슬롯이 제공되어 보다 쾌적한 진행이 가능했다.

메트로이드의 결말에 있어 개발진은 일종의 모험을 걸었다. 마더 브레인 자체를 해치우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최종 보스를 없앤 후에 일반적으로 나오는 축하 화면이나 엔딩 이벤트 대신 마더 브레인의 죽음으로 자폭 스위치가 켜지게 된다. 수 시간에 걸쳐 탐험했던 지역을 단 3분 이내에 빠져나와야 한다는 설정은 어지간히 대담한 게이머에게조차도 무척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진짜 반전은 탈출 후에 이루어진다. 게임을 마친 시간에 따라 다섯 가지의 엔딩 중 하나의 엔딩이 나오게 되는데, 이 중 엔딩 3, 4, 5번에서 게이머들은 뒤통수를 맞는 경험을 하게 된다. 사무스가 갑옷을 벗고 그녀의 긴머리가 보라색 셔츠 쪽으로 내려오는 동안 게이머들을 깨닫게 된다. 그 모든 화려한 액션과 모험을 거치는 동안, 그가 여자 캐릭터를 조작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다나카 "힙" 히로카즈의 때로는 기괴한 음악과 함께, 메트로이드는 매우 뛰어나면서도 독특한 경험을 창조해냈다. 요코이 군페이와 그의 R&D1 팀은 미야모토의 프랜차이즈와 견줄 수 있는 자신들만의 작품을 만들어 내고자 했고, 이러한 도전이 성공적인 결과가 되었음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메트로이드의 속편이 등장한 것은 그로부터 5년이 지난 후였다.

휴대용으로의 전이

메트로이드 시리즈는 많은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타이밍만큼은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메트로이드가 발매되기 두 달 전, 최초의 128K 카트리지가 등장함으로써 이미 하향세를 타고 있던 패미콤 디스크 시스템은 그 존재 가치를 완전히 잃어버리고 말았다. 메트로이드는 1년 뒤에 카트리지 형태로 이식되어 패미콤의 북미 버전 닌텐도 엔터테인먼트 시스템(NES)의 밀리언 셀러가 된다. 그러나 패미콤 디스크 시스템의 추락으로 인한 타격으로 결국 메트로이드의 판매량은 마리오나 젤다 수준에는 결코 이르지 못하고 만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되풀이되는데, 닌텐도의 당시 3대 프랜차이즈 중 가장 막내였던 메트로이드는 R&D1이 다른 프로젝트에 집중해야 하는 동안 남겨진 존재가 되곤 했다.

이러한 '다른' 프로젝트들 중에 대표적인 것으로 요코이 군페이가 만든 또 하나의 히트작, 게임보이가 있었다. 닌텐도의 이 작은 흑백 휴대용 게임기는 휴대용 게임기 시장의 최강자가 되어 심지어 NES보다 더 잘 팔리는 닌텐도의 효자 상품이 되었다. 게임보이의 출시로부터 2년 뒤, 요코이는 드디어 R&D1 팀의 자존심 메트로이드를 역시 R&D1의 플랫폼인 게임보이로 내놓기로 한다. 카노와 기요타케(이번에는 기무라 히로유키와 공동 디렉터 역할)도 팀에 다시 합류하여 메트로이드 II: 사무스의 귀환이 1991년 북미에 발매된다. 

오리지널 메트로이드가 리들리 스콧의 에일리언에 영향을 받았다면, 메트로이드 II를 구성하는 영감의 원천은 제임스 카메론의 에일리언이었다. 은하 연방은 사무스에게 메트로이드의 근원지인 행성 SR-388로 떠나 메트로이드를 일망타진하는 임무를 부여한다. 메트로이드 II는 전작에 비해 메트로이드들을 없애며 계속 앞으로 진행하는 매우 선형적인 전개로 몇몇 팬들의 비난을 받는다. 사무스에게는 기존의 다양한 미사일, 폭탄, 아이스, 웨이브 빔에 더해 세 방향으로 나가는 광선과 벽을 뚫는 프라스마 빔 등 강력한 무기들이 새롭게 추가되었고, 모프 볼에는 벽을 타는 능력이 부가되었다.   

게임보이라는 시스템 자체의 필요에 의해 변경된 부분도 있었다. 갑옷 업그레이드를 컬러로 표시할 수 없었기에 추가된 사무스의 동그란 어깨 패드는 이후 메트로이드 시리즈의 특징 중 하나가 되었다. 카트리지 형태였던 NES용 메트로이드의 패스워드 세이브 대신 세이브 모듈도 추가되었다. NES용 메트로이드에서 패스워드에 "Narpas Sword"나 "Justin Bailey"를 입력하여 사무스를 무적에 가깝게 무장시키거나 수영복 차림으로 만들었던 치트들이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스테이지가 진행됨에 따라 점점 더 진화해가는 메트로이드들을 섬멸해 가면서, 마침내 파충류의 모습을 한 메트로이드 퀸도 물리친 사무스는 이제 막 깨어난 새끼 메트로이드와 마주치게 된다. 전편에 이은 반전으로, 이 새끼 메트로이드는 그녀를 엄마로 각인하게 되고, 결국 사무스는 메트로이드라는 종 자체를 모두 제거하라는 은하 연방의 명령을 거역하여 이 생명체와 함께 SR-388을 떠나게 된다.

당시에는 극찬을 받았지만, 돌이켜보면 메트로이드 II는 게임보이라는 기기의 한계와 너무 직선적인 전개로 아쉬움이 있던 게임이었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R&D1 팀은 성공적인 속편을 통해 시리즈 대대로 이어져 내려가게 될 많은 요소들을 만들어 냈고, 사무스와 그녀의 세계에 깊이를 더할 수 있었다.

또한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던 가정용 게임기로의 후속작에 대한 가능성 또한 R&D1 팀의 큰 소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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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러스 맥러린 (Rus McLaughlin) / 번역: 페이비안 / 원문 게시일: 2007년 8월 23일 / 출처: IGN Retro

* IGN.com으로부터 전문 번역 허가를 받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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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리넨 2009.06.04 22: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홍 메트로이드군요. 전 그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 때문에 플레이가 꺼려지는 게임입니다 . 'ㅅ'

  2. BlogIcon 밥탱구리 2009.06.05 00: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GBA를 가지고 있을때 플레이를 해봤습니다
    정말 중독성 짱이더군요..ㄷㄷㄷㄷㄷ
    캐슬배니아와 맞짱뜰정도였어요
    그런데 ndsl부터는 3D시점으로 변해서 영..(제가 어지러운걸 잘 못해요ㅠㅠ)

  3. 2009.06.05 08: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처음 접해본 메트로이드 시리즈는 GBA로 나왔던 퓨전인데, 한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매달렸던 기억이 있군요. 정말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4. 적멸 2009.06.05 23: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당시의 그래픽을 최대한 활용한 반전이군요 ㅎㅎㅎ
    멋지네요.

  5. BlogIcon 공상플러스[▶◀] 2009.06.05 23: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나 전 이게 뭔지 몰라요;;

  6. 호아파참 2013.05.09 23: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메트로이드1을 현대컴보이로 했었는데.. 당시 초딩3학년이었던 저로선 너무 길 찾는 게 어려웠습니다. 당시엔 인터넷 공략도 없었고.. 패스워드는 알파뱃을 몰라 대충 그렸다가 로드할 때마다 자꾸 틀리고.. ㅠ.ㅠㅋ

    추억이네요.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