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닌자 가이덴의 역사 (4)

게임라이프/번역 2008. 2. 19. 21:25 Posted by 페이비안
이제 드디어 Xbox용 닌자 가이덴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DOA와의 관계나 Xbox용 닌자 가이덴 개발의 뒷이야기 등이 흥미롭네요. Xbox360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닌자 가이덴 블랙을 진행하고 계신 분들을 위해, 닌자 가이덴의 스토리에 대한 (아주아주) 약간의 스포일러는 글접기로 가려 놓았습니다.

영문 기반의 번역이기 때문에, 몇몇 인물이나 아이템 등의 이름에 오류가 있을 수 있으니 너그럽게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아마도 다음 포스트가 이번 연재의 마지막이 될 거 같네요. 되도록이면 연재 종료 후에 퍼가주시길 부탁드리고요, 퍼가실 때는 원문출처, 원문저자, 번역출처를 명시해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IGN 특집: 닌자 가이덴의 역사 (4)
류 하야부사의 길고도 험난한 여정을 뒤돌아보며...

글: 러스 맥러힌 (Rus McLaughlin)
2008년 1월 28일

진정한 궁극의 힘

이타가키가 이끄는 팀 닌자는1999년 DOA의 속편들을 제작하는 와중에 류 하야부사의 본격적인 복귀작이 될 닌자 가이덴의 개발에 착수한다. 이미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 등장한지 8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타가키는 닌자 가이덴 프랜차이즈 자체를 새롭게 구성하고자 했다. 그가 주안점을 두었던 것은 전작들의 게임플레이적인 특징이었기 때문에 아이린이 등장했던 패미콤용 닌자 가이덴의 스토리와의 연속성은 배제되었다. (다만 세가 마크III로 등장했던 닌자 가이덴과는 일정 정도의 연관성을 갖는다.)

새로운 닌자 가이덴은 데드 오어 얼라이브의 세계관을 공유하도록 기획되었으며, DOA 1편에서의 2년 전 시점에서 스토리가 구성되었다. 초보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DOA와는 달리 닌자 가이덴의 게임플레이는 그야말로 가혹하다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의 난이도였다.  유명한 일화로 게임 개발 중에 테스터들이 게임 난이도가 너무 어렵다고 불평하자, 이타가키는 다음 빌드를 오히려 더 어렵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타가키 본인이 여러 매체를 통해 밝혔듯, 다른 액션 게임에서 적들은 주인공에게 격파당하기 위해 존재하지만 닌자 가이덴에서는 적들이 주인공을 없애기 위해 존재한다. 이타가키는 게이머들이 닌자 가이덴의 명성에 걸맞는 난이도에 적응하기를 기대했다. 그저 쉽고 재밌는 액션 게임을 원한다면, 그런 타이틀은 이미 널리고 널렸다. 닌자 가이덴에 도전하고자 하는 게이머는 그에 걸맞는 노력과 기술을 갖추어야 한다는 게 그의 취지였다.

이러한 이타가키의 굳은 신념은 테크모의 높은 사람들을 꽤 불안하게 만들었을 것임에 분명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문제는 기술적인 부분이었다. 닌자 가이덴의 디자이너들은 자신들이 개발하는 게임이 어떤 시스템에서 돌아갈지를 예측할 수 없었다. 작업은 처음에 아케이드 보드를 대상으로 진행되다가 곧 이타가키가 당시 선호하던 콘솔인 드림캐스트로 넘어갔지만 드림캐스트는 2001년 초반에 콘솔 경쟁에서 결국 무너져버렸기 때문이다. 플레이 가능한 버전이 이미 테크모 내부에서 테스트되고 있는 단계에서도 콘솔이 정해지지 않아 본격적인 프로그래밍 작업이 지연되었다. 이 시기에 이르러 "차세대 닌자 가이덴 프로젝트"는 결국 PS2로 발매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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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늦지 않은 시점에 대안이 등장했다. 2000년 12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첫번째 Xbox 개발킷을 테크모에게 제공한 것이다. 게임 하드웨어에 대해 까다롭기로 유명한 이타가키는 그 즉시 닌자 가이덴의 개발을 Xbox로 진행하기로 결정한다. 그에게 있어 Xbox는 여러 대안 중 하나가 아닌 유일한 선택이었다. 게임을 화려하게 만들어줄 최고의 스펙은 물론, 소프트웨어를 중시하는 회사의 노하우가 집결된 Xbox 개발킷은 프로그래머로서 경력을 시작했던 이타가키의 생각과 맞아 떨어지는 최고의 도구였다.

공식적인 발표는 2002년 E3였지만, 이미 2001년 초반에 팀 닌자는 모든 PS2용 게임 개발을 영구적으로 중단하였다. 데드 오어 얼라이브 3는 Xbox의 독점 동시발매 타이틀이 되었으며 닌자 가이덴 역시 Xbox 독점 소프트가 되었다. 테크모는 일본 개발사로서는 드물게도 MS의 새로운 콘솔에 올인한 회사가 되었다. DOA 3가 드디어 발매되고, "취미"에 가깝게 진행한 프로젝트인 데드 오어 얼라이브 익스트림 비치 발리볼의 개발이 완료되자, 이타가키는 새로운 닌자 가이덴에 모든 열정을 쏟아부었다. 2004년 3월 2일, 전작으로부터 13년이자 개발 착수로부터 5년만에 새로운 닌자 가이덴이 Xbox로 발매되었다.

닌자 가이덴은 다른 게임처럼 초반에 느긋하게 시작하지 않는다. 첫번째 보스인 그의 삼촌 마스터 닌자 무라이는 다른 게임들의 초반 보스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강하다. 무라이에게 이긴 후, 류는 하야부사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일족을 사정없이 베어버린 악당, 도쿠와 맞서게 된다. 사무라이 갑옷에 깃든 사악한 혼령인 도쿠는 하야부사 일족이 수백년 동안 지켜온 흑룡검을 탈취하고, 이 검에 의해 류는 도쿠에게 패배하여 쓰러져 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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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에 의해 돌아온 류는 도쿠를 쫓아 첨단 군사들과 초자연적 비밀이 숨겨진 신성 제국에 침입한다. 군인, 좀비, 슈퍼 닌자, 예전에 인간이었던 몬스터 등 길을 가로막는 모든 적들을 처단하며  전진하는 류는 그 와중에 10대 닌자 스파이 아야네, DOA에서도 카메오로 등장한 무라마사, 그리고 악마로 변해버린 쌍동이 자매를 없애야 하는 불행한 악마 헌터 레이첼을 만나며 스토리는 복잡하게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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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box의 능력이 십분 발휘된 닌자 가이덴은 잔인하면서도 아름다운 게임이다.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에 들이는 시간을 제외하더라도 30시간 이상이 걸리는 16개의 스테이지 전개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쓸모 없어 보이는 목검조차도 치명적인 무기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등 각종 무기와 인술들은 계속해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로딩을 거의 느낄 수 없는 넓은 맵을 돌아다니는 재미나 숨겨진 황금 풍뎅이를 모아 게임 진행에 도움이 되는 보상을 받는 재미도 각별하다.

다양한 종류의 무기가 눈에 띠는 화려함이라면, 진정 닌자 가이덴을 뛰어난 게임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전투 시스템의 깊이라고 할 수 있다. 수십 개에 이르는 콤보를 하나씩 터득하는 것은 닌자 가이덴을 헤쳐나가는 데 있어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컨트롤러의 반응이 좋은 편이라 누구라도 노력만 들이면 콤보 공격을 어렵지 않게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그 자체가 게임을 쉽게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방심하는 순간 어떤 적에게 어느 방향에서 어떻게 공격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에, 게이머는 항상 주변을 경계하고 환경에 적응해야만 한다. 원작인 아케이드 버전이나 패미콤용 시리즈에서와 마찬가지로, 몇몇 게이머들은 이러한 부담스러운 난이도에 적응하지 못하고 게임을 포기한다.  때문에 게임을 포기하는 게이머도 누군가는 이러한 부담에 적응하지 못하고 게임을 포기해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끝까지 버텨 게임을 정복한 게이머들에게 다른 게임에서 맛볼 수 없는 만족감을 선사하는 게임이 바로 닌자 가이덴이다. 같은 해 발매된 하프-라이프 2, 헤일로 2, 번아웃 3, 페이블, GTA: 샌 안드레아스, 그리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같은 쟁쟁한 게임들 사이에서 닌자 가이덴은 자신 만의 입지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강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이타가키는 완성된 닌자 가이덴을 좀 더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운로드 컨텐츠를 통해 새로운 적들과 미션, 무기, 그리고 공격 기술들이 추가되었으며, 2005년에는 이러한 컨텐츠를 기본적으로 포함한 이타가키의 "디렉터즈 컷", 닌자 가이덴 블랙이 발매되었다. 이타가키는 마지못해 조금 쉬워진 난이도인 닌자개 모드를 추가하였는데, 이 난이도를 선택한 게이머는 아야네로부터 존경을 담은 대사 대신 계속 조롱을 받아야만 한다.
 
많은 팬들이 닌자 가이덴 블랙을 "완전판"으로 인정하는 반면, 팀 닌자 내의 주니어 팀은 게임을 전체적으로 리마스터링한 개량판인 닌자 가이덴 시그마를 2007년에 PS3로 내놓는다. 사실 상 이 게임은 이타가키를 포함한 팀 닌자의 시니어 팀이 진정한 후속작인 닌자 가이덴 II를 만드는 데 전념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고자 하는 목적이 강한 게임이다. 시그마에서는 몇몇 챕터에서 레이첼을 조작할 수 있으며, 그래픽면에 있어서도 향상이 있었지만 많은 이들은 테크모가 너무 심하게 같은 게임을 울궈먹는 게 아닌가 하는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이러한 비난에 이카가키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번 시간으로 그는 또 한번 그가 다루고 싶은 차세대 콘솔을 대상으로 한 닌자 가이덴의 진정한 후속작 개발에 전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출처: IGN

Xbox로 닌자 가이덴이 처음 등장했을 때 그 미려한 그래픽은 상당히 충격적이었죠. 제대로 할 놈만 덤벼라! 라고 이야기하는 듯한 난이도도 꽤 센세이셔널했었고요. 마지막편이 될 다음편에서는 DS용 닌자 가이덴 드래곤 스워드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DS용으로도 이렇게 어렵게 내도 그 인기를 유지할 수 있을런지 궁금해지네요. 아무튼 보다 넓은 저변을 대상으로 한,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주도하는 시장에서도 닌자 가이덴처럼 이렇게까지 분명한 색깔을 갖고 있는 것이 오히려 통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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