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내일이 수능이라는데..

알림판 2007. 11. 14. 13:38 Posted by 페이비안
2007년 수능시험이 내일이라는데, 돌이켜보니 내가 시험 치렀던 게 어느덧 십년전 이야기가 되었다. 기억을 가물가물 떠올려보면 97년 수능은 그나마 난이도가 높았던 마지막 수능이었고 (만점은 커녕 300점만 넘으면 서울 내 꽤 잘나가는 대학에 갈 수 있었더랬다.) 그래도 언어와 외국어는 좀 쉬웠던 시험이었더랬다.

항상 그랬듯이 시험 당일날은 오지게 추웠고, 나는 마침 감기에 딱 걸려서 크리넥스 큰 거 한 통을 분해해서 휴지만 들고 들어갔는데 시험 끝나고 나니 흐르는 콧물 닦느라 그 많은 휴지를 전부 썼더랬고... 예민한 주변 수험생들 방해될까봐 코도 시원하게 못풀고 그냥 콧물만 닦느라고 코가 다 헐었더랬다.

시험 중간 중간 쉬는 시간에 복도는 수험생들 담배 연기가 자욱했고.. 수리였나 수학이었나 암튼 두번째 시험이 꽤 어려워던 기억이 나고. 그리고 그 날 수능이 이랬다 저랬다 뉴스들, 정답 맞추면서 벌벌 떨었던 기억.. 의외로 잘 봐서 의기양양하던 친구들, 평소보다 못해서 풀이 죽은 친구들.

확실히 인상적인 이벤트였기는 했었나보다. 십년이 지난 지금도 하나하나 돌아보면 가물가물하다가도 하나둘씩 다 생각나는 걸 보면. 사실 따지고 보면 초중고 12년의 공부의 목표점이었던 그 날. 그리고 그 날 이후로 여러 면에서 생각했던 것과는 정말 많이 달랐던 세상.

살떨리고 긴장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던 그 때. 나보고 다시 돌아가라고 하면 절대 사양이지만, 어쨌든 그 시간을 지금 보내고 있을 고3 수험생들 다들 노력한 만큼의 결실을 얻기를.

PS. 그런데 수능 전날에 뭐했는지는 전~혀 기억이 안난다. 상추 먹으면 잠이 편하게 온다고 해서 고기랑 상추 먹고 푹 잤던 거 같은데. 하긴 시험 당일에 감기 걸려서 고생한 사람이 수능 전날 컨디션 조절 노하우 따위 올려봤자 어짜피 아무도 안믿겠지만. ^^

PPS. 이 글을 포스팅하고 보니 글 옆에 구글 애드센스에서 조기유학 광고가 나온다. 참으로 아이러니하군. 집에 돈이 대단히 많거나, 외국에서 아예 적응하고 살 생각이라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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