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교시: 비디오 게임 리뷰 읽는 법

게임라이프/번역 2011. 12. 9. 14:25 Posted by 페이비안

원문: How To Read A Video Game Review
글: 거스 마스트라파(Gus Mastrapa) / 번역: 페이비안 / 출처: Joystick Division

나는 지금부터 비교적 많은 이들이 당연하게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만약 아래 이어지는 내 강의가 너무 뻔한 이야기라서 지루하다고 느껴진다면, 그 즉시 보다 더 유익한 읽을 거리를 찾아가길 권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톰 비셀(Tom Bissell)의 자세하고도 깊이가 있는 L.A. 느와르 리뷰를 추천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잘 듣고 필기도 열심히 하기 바란다. 나는 한 번 했던 이야기를 또 반복하는 것을 무척 싫어하니까 잘 들어라.

당신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디오 게임 리뷰를 잘못 읽고 있다. 잘못된 관점으로 접근하고, 엉뚱한 것을 얻어 간다. 그래서 리뷰 밑에 분노에 찬 댓글을 달고, 게임 저널리즘 전반에 대해 불평하고 화를 내게 되는 것이다. 내가 항상 게이머들에 대해 나쁘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게 다 돕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는 걸 이해해주길. 나도 한때는 당신과 마찬가지였다. 당신이 어려운 길을 통해서야 나중에 겨우 깨닫는 힘든 과정을 통과하지 않아도 되도록, 내가 얻은 지혜를 여기서 나누고자 한다.

그럼 먼저 가장 기본적인 전제부터 시작하자. 전제, 비디오 게임 리뷰는 하나의 견해다.

그래 안다. 당신에게 이 말은 충격적일 수 있다는 것을. 비디오 게임을 포함한 그 어떤 창의적인 작업에 대해서 객관적인 리뷰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이러한 책, 영화 혹은 게임은 먼저 인간의 뇌를 거쳐 전달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의 뇌라는 것은 감정, 편견 그리고 변덕으로 가득하다. 당신이 게임 속 모든 버그와 단점을 낱낱이 찾아내는 비디오 게임 검사관이라는 개념을 아무리 선호한다고 해도 그 결과로 나오는 텍스트는 아마도 지루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비디오 게임 리뷰가 객관적이지 않기 때문에, 리뷰를 당신이 게임을 구입할지 구입하지 않을지를 판단하는 데 사용하겠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대신, 내가 쓰는 아주 쉬운 방법을 추천한다. 어떤 게임에 흥미가 있는가? 만약 ‘그렇다’는 대답을 했다면 그 게임을 사라. 얼마나 기다린 후에 살 것인지, 얼마를 지불할 것인지 등의 세세한 디테일들은 당신이 결정하면 된다. 이를 위해 평론가까지 필요하진 않다. 만약 6~7만원의 돈에 생계가 걸린 상황에서 듀크 뉴켐 포에버의 초회한정판을 구입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면 다 집어치우고 당장 경제 관념에 대한 심각한 상담을 받기 바란다.

비디오 게임 리뷰는 비평이다. 몇몇은 뛰어난 비평이고, 몇몇은 그저 단조롭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내가 대학을 다니는 동안 얻은 가장 큰 배움 중 하나는 이러한 종류의 저술이 가지는 역할에 관한 것이다. ‘비평의 임무는,” 나의 교수에 따르면, “원문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is to illuminate the text.)”

잠시 멈추어서 이 개념을 곱씹어보기 바란다. 당신의 인생이 바뀔 수도 있으니까. 여기서 원문이라 함은 대상이 되는 창작물을 의미한다. 소설이 될 수도 있고 시가 될 수도, 비디오 게임이 될 수도 있다. 비평가는 어떤 시를 좋아한다고 해서 당신이 얼간이라거나, 어떤 비디오 게임을 좋아한다고 해서 뛰어난 취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아니다. 좋은 비평가는 비디오 게임을 새로운 빛에 비추어 주고, 이를 통해 당신이 기존과는 다름 관점에서, 새로운 시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는 사람이다.


얼마 전, 로저 앨버트(Roger Elbert)가 재키 브라운에 대한 리뷰를 발표했다. 나는 그 영화를 예전 극장에서 상영할 당시 감상한 적이 있는데, 내가 그의 리뷰를 읽는 것은 재키 브라운이 꽤 괜찮은 영화였다는 나의 의견을 재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내가 항상 로저의 의견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점에 대해서는 특히 그렇다. 하지만 난 그가 대단한 통찰력을 지닌 평론가라는 점은 분명히 이해하고 있다. 또한 나보다도 수백 배가 넘은 수의 영화를 본 풍부한 경험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엘버트가 쓴 리뷰의 첫번째 문단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영화 속 특정 장면을 설명하는 그의 표현은 너무도 강렬하여 그 이후로는 엘버트가 지적한 부분을 생각하지 않고 그 장면을 감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나는 영화를 이런 식으로 감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보는 동안 내 머리 속에서 지적 활동이 일어나는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리뷰를 읽은 후 나는 재키 브라운을 다시 감상했다. 그리고 그 장면, 오델이 누가 그의 돈을 훔쳤는지 심각하게 고민하는 바로 그 장면이 펼쳐졌을 때 내 마음 속에는 엘버트의 리뷰가 떠올랐고 그의 의견에 내가 동의하는지 그렇지 않는지를 판단해야만 했다. 이것은 영화를 멍하니 보는 것보다 훨씬 생생한 경험이었다.

다시 돌아가서, 비디오 게임 리뷰를 바라보는 몇 가지 새로운 방식들이 있다. 훌륭한 리뷰는 당신에게 이 게임을 플레이해야 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알려주는 게 아니다. 이미 당신은 그 게임과 관련된 글을 찾아서 읽을 정도로 충분히 그 게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 대신, 훌륭한 리뷰는 당신에게 어떻게 그 게임을 즐길 수 있는지를 말해준다. 팁이나 치트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이 게임에 대해 어떠한 종류의 마인드를 가지고 접근할 수 있는지를 말해준다는 뜻이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톰 칙(Tom Chick)을 비롯한 Quarter to Three의 훌륭한 필진들이 엮어내는 게임 일기를 읽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그들은 독자가 어떠한 게임에 적절한 마인드를 가지고 접근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에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훌륭한 리뷰는 게임 속 어떠한 부분들이 되새길만한 맛을 가지고 있는지, 건너뛰거나 무시해버려야 하는 단점들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려줄 수 있다.


마지막 한가지 알려주고 싶은 중요한 지식이 있다. 잘 외워두었다가 기말 시험을 대비하도록. 리뷰 점수는 무시해라. 마치 거기 없는 것처럼 생각하기 바란다. 점수는 아무런 의미도 갖고 있지 않다. 오히려 리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리뷰 그 자체로부터 시선을 흩뜨려 놓을 뿐이다. 어떤 작자가 어거지로 내놓은 점수를 바라보면서 그 의미가 무엇인가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리뷰 그 자체를 좀 더 자세히 읽는 것이 보다 더 풍요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리뷰 점수는 얼핏 생각하면 무척이나 효율적일 거 같은 간단한 형식의 의사소통 방법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사람들이 쏟아내는 창작물들을 점수 순으로 간단히 정리할 수 있다는 생각은 참으로 편리한 면이 있다. 그러나 그들이 리뷰의 압축판이라고 주장하는 리뷰 점수에서 모든 의미와 통찰은 날아가고 남은 것은 그저 달아오른 공기 뿐이다. 너무나 많은 똑똑한 사람들이 완벽한 리뷰 점수 지표를 만들겠다는 연금술과도 같은 허상에 빠져 너무나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더 많은 멍청한 사람들은 그들의 부족한 지성의 상당한 부분을 소모하며 7.9점과 8.1점의 차이에 대해 논쟁을 펼친다. 이 강의를 듣고 난 후, 적어도 당신은 이러한 소모전을 멀리하기 바란다.

그러면 이 강의를 리뷰해보자: 비디오 게임 리뷰는 하나의 견해다. 비평의 한가지 형태로서 당신이 이미 경험해본 게임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밝히기 위해, 혹은 아직 해보지 않은 게임에 대해 하나의 접근 방식을 보여주기 위해 존재한다. 글 자체가 가장 중요하며 점수(혹은 별, 혹은 알파벳)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자, 추가 학점을 받고 싶은 사람들은 수업을 시작하면서 언급했던 톰 비셀(Tom Bissell)의 리뷰를 읽거나, 킬 스크린(Kill Screen) 웹사이트를 방문하거나, 게임 잡지의 리뷰들을 읽어보길 바란다. 특별히 교재들에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 읽고 싶은 아무 리뷰라도 읽도록. 오늘의 교훈들을 잘 새겨두었다면 아마도 리뷰를 읽다가 머리에 피가 몰리는 현상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며, 게임과 관련된 글을 읽는 재미로 삶이 더 풍요로워질 가능성은 조금 더 높아질 것이다.

왜냐면, 자 마지막 교훈 들어간다: 당신과 생각이 다르거나, 좋아하지 않거나, 당신보다 더 잘 알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으로부터 무엇인가를 배우는 것은 가능한 일이며, 오히려 바람직한 일이기도 하다.

자, 수업 끝. 복도에서는 뛰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