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은 학문적으로, 약간은 감정적으로

처치의 지휘 하에, LMNO는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게임으로 발전되어 갔다. 표면적으로는 현대를 배경으로 한 일반적인 PS3/360/PC용 일인칭 액션 어드밴처 게임이라고 할 수 있었다. 플레이어는 게임 속 캐릭터들과의 대화 등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습득해가는 가벼운 느낌의 롤플레잉 부분, 그리고 개발팀 내부에서 "탈출 게임플레이"라고 명명되었던, 날아드는 헬기나 FBI 요원 등 직접 상대하기에 버거운 적들로부터 도망다니는 액션 부분을 번갈아가며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때문에 전투와 함께 야마카시 스타일로 장애물을 헤쳐나가는 구성이 주가 되지만, 이러한 모든 요소들의 핵심에는 게임 속 주인공인 링컨과 외계인처럼 생긴 소녀 이브 사이의 관계 형성이 중요한 변수로 자리잡고 있었다.

플레이어는 남자 주인공 링컨을 일인칭 시점에서 조작하게 되는데, 그는 하프라이프의 고든 프리맨처럼 과묵한 스타일의 캐릭터이다. 게임을 시작하면 링컨은 정확한 영문도 모른 체 에어리어 51 스타일의 군 기지에서 이브를 데리고 탈출을 감행한다. 그들은 정부의 추격을 피하면서 배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하나씩 밝혀나가게 되고 결국 최종 목적지인 샌 프란시스코에 도달하게 된다는 것이 전 개발팀의 멤버로부터 알 수 있었던 LMNO의 스토리라인이다.

최근에 페르시아의 왕자나 인슬레이브드 등과 같은 게임들에서 거의 트랜드처럼 등장하는 파트너 캐릭터들을 보면 LMNO에서 이브가 어떤 역할이 되었을지를 개략적으로 상상할 수 있다. LMNO 개발팀의 계획대로라면, 이브는 플레이어가 그녀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고 다르게 성장하는, 다른 여타 게임들의 파트너 캐릭터들보다도 보다 살아있는 느낌의 캐릭터가 될 예정이었다.


이브는 그녀 만의 "초능력 에너지 파워"를 통해 플레이어가 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함으로써 전투에 도움을 주기도 하며, 주변 환경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플레이어에게 소리로서 귀뜸을 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녀는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그녀의 의사에 따라 움직이거나 아이템을 건네주는 등 비언어적 대화를 통해 그녀와 의사소통을 하게 된다.

"이를테면, '아 젠장, 그들이 계단으로 올라오고 있어, 이브. 저기 내가 들기에는 너무 무거운 저걸 옮겨서 문을 막아줘, 그러면 그 사이에 내가 저 격자를 부셔볼 테니까.' 라는 식의 전개라고 할 수 있죠. 그러면 적들이 문을 통과하려고 노력하는 동안 우리는 다음 지역으로 탈출할 수 있게 되고, 거기서 또 다음 지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주변의 시선을 끌지 않기 위해 매우 조용히 움직여야 하는 식으로 게임이 진행되는 겁니다"라고 개발 팀원 중 한 명은 설명했다.

개발팀은 이브와 주인공 링컨이 보다 더 강한 유대를 갖도록 많은 구상을 하였는데, 그 노력의 일부로 그녀의 독특한 외형이 구성되었다. 커다란 눈과 길쭉한 손가락은 그녀의 감정을 보다 더 극적으로 전달하기 위하여 좀 더 과장되었는데, 이브가 섹시한 여성성을 상징하기보다는 게이머들이 보다 더 공감을 느낄 수 있는 감성적인 캐릭터로 만들어지길 원했던 결과였다. 또한 협력 공격을 할 수 있다거나 링컨의 의식 속에 직접 접속하여 그의 시선에 무엇인가를 투영시키는 등의 특수한 능력 역시 이러한 점이 고려되어, 그녀가 위험에 처한 경우에는 먹구름 같은 것이 링컨의 눈 앞에 실체처럼 보이게 되기도 한다.

개발팀은 링컨이 그녀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른 결과가 게임에 영향을 미치게끔 하는 것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하였는데, 심즈 같은 게임에서 도입된 AI를 액션 게임에 맞게 참고하기도 하였다.

"LMNO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기본적으로 심즈 게임에서 등장하는 것 같은 AI를 총합하여 하나의 캐릭터에 압축시키는 것이었죠. 미리 짜놓은 스크립트가 아닌, 게이머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식을 기억하고 배워서 그에 맞는 반응을 즉흥적으로 보여주는 그런 느낌을 추구했었습니다."라고 또 다른 개발 팀원은 설명한다.


링컨과 이브의 의사소통이 비언어적이었기 때문에, 행동에 반응하는 링컨 역시 그녀를 회복시켜 주거나, 아이템이나 특별한 능력을 주거나 하는 식으로 자신을 표현하게 된다. 만약 플레이어가 그녀를 적에게서 구해주는 등 호의적으로 대하면, 그녀 역시 링컨을 보다 적극적으로 도와주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그녀를 계속 위험 속에 방치해둔다면 이브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싸우는 방법을 익혀 나갈 것이며 플레이어를 자주 돕지는 않게 될 것이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결국 이브가 다른 능력이나 전투 기술의 트리를 선택하게 되는 요소로서 작용하게 된다.

"역학적인 요소 중 하나로 "누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인가?"라는 부분이 가미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플레이어가 '내가 앞으로 나서고, 내가 문을 열고, 내가 무엇을 할지 정하고, 언제 할지를 정해'라는 식으로 플레이를 한다면 이브는 좀 더 뒤로 물러서서 수동적이고 지원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만약 플레이어가 중요한 순간마다 망설이고, 자주 실패를 하는 경우에는 이브가 '넌 됐고, 내가 여기서는 앞으로 달려 나가서 적들을 쓰러뜨리는 게 낫겠어. 너는 나중에 별로 도움이 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 욕이나 먹으라구!'라는 식으로 반응할지도 모릅니다."라고 개발팀원 중 한 명은 설명한다.

이브의 다리에는 추가적인 관절이 있어서 링컨과 같은 일반 사람들보다 더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데, 이런 사실은 게임 초기에 이브가 높은 천장에 있는 환기구로 올라가는 모습을 통해 플레이어에게 살짝만 공개된다. 게임이 계속 진행됨에 따라 플레이어는 이브가 사실은 외계인이 아닌, 지금부터 수천 년 이후의 진화된 인류이고 시간 여행을 통해 과거로 왔다는 점을 알게 된다. "만 년 정도 후 인간의 모습은 지금 우리에게는 외계인처럼 보일 것입니다. 과거의 인류가 현재의 우리를 보면 또 그렇게 느끼겠죠. 이러한 사실은 인류의 미래에 있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요? 이런 것들이 우리가 게임을 통해서 던지고자 했던 질문들이기도 합니다."

"팀 내부에서는 이브가 주인공을 배신하고 그를 정부에 넘겨버리는 엔딩이라던가, 반대로 링컨이 그녀를 정부에 넘기는 엔딩도 이야기되고 있었습니다. 배드 엔딩이긴 하지만 어떤 전개가 가능한지 살펴보고 싶어지는 그런 엔딩들이죠."

LMNO vs. 미러스 엣지

지금에 이르러 뒤돌아보면, 일인칭 시점과 parkour 스타일 게임을 이야기할 때 미러스 엣지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스웨덴에 위치한 EA의 DICE 스투디오에서 개발된 미러스 엣지는 다양한 카메라 트릭들과 캐릭터의 팔 다리가 화면에 등장하는 연출 등을 통해 플레이어 스스로가 야마카시를 즐기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게임이었다.

하지만 LMNO가 개발될 당시, EALA의 개발팀들은 미러스 엣지에 대해서 거의 알지 못했다. 당시에는 '미러스 엣지'라는 이름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으니까. 때문에 그들은 자체적으로 1인칭 시점의 움직임에 대한 구성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컨셉적으로는 DICE에서 작업하는 내용과 상당히 유사한 것이었다. 링컨이 철봉을 잡으면 그의 팔과 다리가 모멘텀을 보여주기 위해 화면에 나타나고, 허리 높이의 장애물을 넘으면 그의 다리가 옆으로 넘어가는 것이 보이는 식의 구성이 무척 비슷했다.

LMNO는 미러스 엣지와 같은 플랫폼 형식의 게임이 되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으나, 둘 사이의 유사점은 양쪽 개발팀 간에 약간의 신경전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미러스 엣지의 아주 아주 초기 빌드를 받았던 때가 기억이 납니다. 달리기, 점프, 벽 타기 등의 메커니즘이 구현되어 있었지요. 이미 그 단계에서도 상당히 멋지게 구성되어 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당시 두 개발팀은 개발비를 놓고 경쟁하는 관계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었어요. 지금에야 DICE가 EA에서도 큰 축을 구성하고 있지만, 2~3년 전에는 DICE 개발 팀원들조차 스필버그가 만드는 게임과 미러스 엣지 중에서 하나를 택하라면 전자가 될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지요."

두 게임은 모두 언리얼 3 엔진을 바탕으로 개발되고 있었고, EALA 개발팀의 일부는 DICE에서 이미 시행착오를 통해 배웠던 것을 공유하기 위해 함께 작업을 진행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DICE 팀원들은 이러한 제안을 탐탁치 않게 생각했어요. 왜냐면, 두 개발팀이 비슷한 메커니즘의 게임을 개발하게 되는데, 우리쪽에는 스필버그가 있었으니까요. 만약 EA에서 둘 중 하나의 게임을 취소해야 한다면, 어느 쪽이 될지 뻔하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우리쪽에서 '이미 만든 코드를 좀 공유하자구'라고 얘기하면, 저쪽에서는 '음... 글쎄?'라는 식의 반응이었죠. 저쪽은 이 부분에 있어 상당히 민감했어요."

결국 두 개발팀은 각자의 길을 걸었고, 미러스 엣지는 2008년 말에 출시되었다.

짧지만 계속 반복할 수 있는 게임

LMNO의 개발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이들에 따르면 이 게임은 너무나 오랫동안 프로토타입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수없이 많은 레벨 디자인이나 아트웍이 실제 개발에 적용되는 단계까지도 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만약 게임이 실제로 발매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때까지 제안되었던 많은 아이디어들이 최종 제품에는 적용되지 못했을 확률이 높았다.

그 중에서도 리스크가 큰 아이디어가 있었는데, 게임의 길이를 액션 게임에서 일반적인 8~12시간 캠페인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 2~3시간짜리 디자인을 여러 번 반복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컨셉이었다. 개발팀 내에서도 이 아이디어는 상당한 반대에 부딪치게 되었는데, 일반적인 게이머들의 상식에 반하는 이러한 디자인은 매니지먼트 레벨에서 결코 통과될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의사결정이 최종적으로 이루어진 건 아니었어요. 개발팀이 강하게 밀어붙이고자 하는 컨셉이었죠. 우리는 플레이어가 반복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와중에 또 다른 가능성에 대한 힌트를 얻어 가고, 그로 인해서 다음 플레이에서는 또 다른 방향을 실험하는, 완전히 다른 컨셉의 게임을 원했습니다."

[리플레이를 장려하는 방법 중 하나로, 게이머들마다 서로 다르게 육성된 이브에 대한 데이터를 공유하는 방식도 검토되었었다. 멀티플레이어 게임은 처음부터 고려 사항이 아니었지만, 이러한 기능들은 게이머들이 온라인을 활용하고 게임을 계속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동기 부여의 방식으로 고려되었던 것이다.]


처치와 함께 루킹 글라스에서 Thief 등의 게임을 함께 작업했었던 수석 디자이너 랜디 스미스는 이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 중 하나였다. 작년 초 EA를 떠난 후, 그는 LMNO를 특별히 언급하지는 않은 채 이 아이디어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EDGE 매거진의 칼럼을 통해 밝힌 바 있다.

"왜 12시간 혹은 그 이상의 게임이 업계의 표준이 되었을까? 소비자가 이를 원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원래 3시간 정도로 충분한 컨셉을 부자연스럽게 늘어뜨리는 회사를, 그 3시간 자체에 좀 더 초점을 맞추어 제작하는 회사보다 더 선호한다. 사실 대부분의 소비자가 제대로 플레이하는 것은 바로 그 초반 3시간 정도에 불과한데 말이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내 경험은 이렇다. 어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2~3시간 정도면 게임에 익숙해지고, 게임 내의 메커니즘에 대해 이미 충분한 경험도 마쳤다. 만족감도 거의 정점에 이르렀고, 이정도면 됐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게임은 나와 생각이 다르다. 아직 이벤트 신은 20 퍼센트 정도, 파워 업 아이템은 네 종류 밖에 나오지 않았으며 전체 스테이지 중 두 세 개만 플레이한 상태이기 때문에, 내가 스스로 느끼는 만족도와는 관계 없이, 이제 게임은 시작에 불과하며 나머지 시간 동안 의무적으로 게임의 끝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나의 새로운 제안은 이렇다: 2시간 혹은 3시간 짜리 게임을 새로운 업계 표준으로 삼자. 실제로 대다수의 게이머들이 엔딩을 볼 수 있게, 직장을 다니는 성인들의 미디어 소비 행태에 적절하게 말이다. 플레이어의 자연스러운 만족도 곡선과 게임의 스토리 및 다른 요소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서 적절한 시간 내에 완결을 보여주는 그런 게임을 만들자는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게임들을 반복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도록 만들자. 그래서 우리가 만족을 느꼈던 그 경험들을 원하는 시간 만큼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처치 또한 2004년 가마수트라 인터뷰에서 일반적으로 게임 상에서 플레이어에게 더 많은 선택권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밝힌 바 있다. 메달 오브 어너 게임에서 대포냐 보트냐를 선택하는 그런 단순하고 작은 선택이 아니라, 스토리 자체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선택과 옵션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말이다.

"플레이어가 전체 게임 경험에 일부로 녹아들기 위해서는 그가 내린 행동에 대한 반응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만약 세상이 플레이어의 행동에 대해 반응하지 않는다면, 그가 거기에 존재해야 할 이유란 무엇인가? 단순히 미리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것 자체도 재미는 있을 수 있다. 아마도 책을 읽는 것 보다는 좀 더 능동적인 경험이 될 수는 있을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그렇다면 플레이어는 왜 거기에 있는가?'하는 의문이 남는 경험일 수 밖에 없다."

때로는 너무 높은 높았던 이상이 바로 그 이유

2008년 10월, EA는 EALA의 LMNO 팀원 대부분과 Arkane의 외주 인력들 대부분을 해고했다.

우리가 이야기해 본 관계자들은 각자 서로 다른 원인을 이야기했으나, 공통적으로 "LMNO가 너무나 많은 새로운 시도를 했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언급했다. 새로운 전투, 새로운 움직임, 새로운 캐릭터 간 상호관계, 새로운 감정이입의 시도, 실험적인 게임 길이, 새로운 리플레이 옵션, 그리고 그 외의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커다란 스토리라인 위에서 융합적으로 구성되어야 했다. 때문에 만약 완성을 향해 계속 진행되었더라도 아마 추가로 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추정되기도 하였고, 이러한 너무 높은 목표 중 일부를 수정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영원히 게임은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이들도 있었다.


"솔직히 말해, 개발팀에게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었죠. 하지만 약 2년 반 정도의 시간 동안에,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무엇인가를 전혀 만들지 못했어요."

개발팀이 주력했던 것은 50년대 풍 도로 옆 식당을 배경으로 하는 프로토타입 레벨이었다.

"EA에서의는 개발 작업 중에 X-슬라이스라는 걸 만들어야 합니다. 가능한 한 실제 게임플레이와 가까운 2~3 분 정도의 완성품을 만드는 것이지요. 문제는, LMNO나 오픈 월드를 가진 갓파더와 같은 오픈-엔드 형태의 게임에 있어서는 EA의 방법론 적용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지요. 갓파더의 경우에도 X-슬라이스를 만드는 데에만 200명의 인원이 소요되었고, 우리의 경우에는 2~3분 짜리 레벨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플레이할 수 있게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결국 45분 정도의 분량이 되었습니다. X-슬라이스를 통해 '자, 이게 우리 게임을 대표하는 5분 정도의 게임플레이입니다.'라고 말해야 하는데, LMNO 같이 다양한 시스템이 연계된 게임 같은 경우에는 '이게 대표성입니다.'라고 말하기가 무척 어려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멀티플레이어 요소도 없는 데다가 게임 길이까지 짧은 LMNO를 과연 게이머들이 오랫동안 즐길 수 있을 것인가에 있어서 EA의 매니지먼트 레벨은 상당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EA는 리플레이라는 요소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만약 소비자들이 60불이나 지불하는 게임이라면, 분명히 구입 즉시 중고 시장에 나오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많은 이들은 또한 EA의 사업 방향성 변화가 팀 와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증언했다. 2008년 6월, 닐 영은 소셜/아이폰 제작사이자 개발사인 ngmoco에 합류하기 위해 팀을 떠났다.

"닐은 EA 내에서 정치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어요. 임원들이 그를 절대적으로 신뢰했기 때문에, LMNO가 긴 개발기간을 필요로 한다는 부분에 있어서 윗선들을 설득할 수 있었죠. 하지만 그가 떠난 이후에는 상황이 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탈출 예술가 (The Escape Artist)

2008년 10월 EA가 LMNO 팀의 대부분을 내보냈을 때, 게임 자체가 공식적으로 취소되진 않았다. 경영진들이 게임의 컨셉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동안 개발팀의 뼈대를 이루는 10여명 정도의 팀원들은 대기 상태에 있었다. 처치도 초기에는 이 그룹에 속해 있었으나 2009년 초기에 떠났고, 그와 거의 동시에 EA에서는 새로운 팀을 꾸려 새로운 방식으로 LMNO의 개발을 이어가기로 결정한다.


이 시점에 EALA는 커맨드 앤 컨쿼 제네럴즈 세계관에 바탕을 둔 실시간 전략 / 일인칭 슈팅 하이브리드로 "프로젝트 카마쵸"(Ideiocracy의 대통령 이름)라는 또 하나의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당시의 EALA 제너럴 매니저였던 마이크 버두는 재정적인 이유로 프로젝트 카마초와 LMNO 사이에 하나의 프로젝트만 선택해야 했는데, 그는 LMNO를 택하고 대부분의 팀원들을 LMNO 쪽으로 이동시켰다.

영, 처치 등의 원 멤버들이 빠진 LMNO의 두 번째 개발 단계에서 게임은 보다 '전통적인' 작품으로 변해갔다. 메달 오브 어너: 에어본과 같은 게임에 참여했던 남코 및 EA 베테랑 멧 센텔이 총괄 프로듀서로서 팀을 이끌게 되었다. 또한 게임은 그 동안 대내외로 사용되던 코드 네임인 "LMNO"가 아닌, 정식 타이틀 명을 받게 되었다. 주인공인 링컨을, 무기는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사용하는 맥가이버 스타일의 캐릭터로 정의하고 이에 걸맞는 이름인 "The Escape Artist"라는 타이틀을 붙인 것이다.

첫번째 단계에서 나왔던 상당 수의 디테일들은 두 번째 단계로 고스란히 옮겨 갔다. 주인공 두 사람의 이름은 여전히 링컨과 이브였고, 게임은 두 주인공이 도망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게임 구성은 좀 더 선형적이고 액션 영화와 같은 성격이 되었고, 전투가 보다 강조되고 AI와의 관계 형성 같은 내용을 축소되었으며, 시점 역시 3인칭으로 변경되었다.

"기본적으로 EA 풍의 언챠티드가 목적이었습니다. 스필버그의 세계관을 가진 언챠티드였죠."


실제로 센텔은 개발 초기에 팀을 둘로 나누어서 서로 다른 엔진으로 언차티드에 등장하는 장면을 재구성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개발팀은 에픽의 언리얼 엔진을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DICE의 프로스트바이트 엔진을 사용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했고, 이를 위해 두 팀은 각각의 엔진으로 언차티드의 초기 레벨 환경과 움직임을 재구성해보는 시도를 한 것이다.  

보다 전통적인 게임으로 전환의 일환으로 이브 역시 색다른 캐릭터가 아닌 좀 더 매력적인, 이를테면 메간 폭스 스타일의 외계인으로 디자인 변경이 이루어졌다.

"개발 두번째 단계에서 그녀는 미지의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다는 설정이었습니다. 그녀도 모르고 다른 누구도 모르는 종류의 것으로, 인류를 감염시킬 수 있는 바이러스죠. 그래서 이브와 링컨이 전체 인류가 이 바이러스에 의해 멸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치료제를 찾아 나서는 것이 게임의 목적으로 설정되었습니다. 이 이야기가 전체 스토리 구성의 중심을 이루게 된거죠."

취소, 이번에는 진짜로.

새로운 방향성에 의한 개발 작업에도 불구하고, EA는 2009년 후반에 이 게임의 개발을 또 한 번 취소하였다. The Escape Artist로 바뀐 후 개발이 약 6개월 간 진행되었었는데, 이번에는 이 개발팀 자체의 문제나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 EA를 포함한, 업계 전체의 상황 때문에 작업이 중단되어 버린 것이다.

2009년 11월, EA는 사업의 초점을 온라인 관련 비즈니스로 재편하면서 유명 소설 게임 개발사인 플레이피쉬를 인수하였고, 다른 스투디오들의 인력을 무려 약 1,500명 정도 해고하게 된다. The Escape Artist 역시 멀티플레이어 요소를 포함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EA의 사업 전략에 부합되지는 않는 게임이었다.

또한, EALA의 사무실이 위치한 캘리포니아의 플라야 비스타는 인건비 및 임대료가 무척 높은 곳이어서 구조조정의 중심 타겟이 되기도 하였다. 여기에 더해, 스필버그에 지급되어야 하는 로열티까지 고려하면, The Escape Artist는 수백만 카피를 팔아야만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프로젝트였던 것이다. 근처의 EA 스투디오 Pandemic 역시 유사한 이유로 11월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었다.


그 이후로, EALA는 LMNO/The Escape Artist나 프로젝트 카마초와 같이 검증되지 않은 아이디어와는 거리를 두고, 좀 더 확실한 후속작인 커맨드 앤 컨커 4나 메달 오브 어너에 집중하였고, 비용을 줄이기 위해 사무실 공간을 임대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LMNO 개발을 통해 나왔던 아이디어들 중 일부는 언젠가 세상의 빛을 보게 될 수도 있다. EA는 공식적으로 게임의 개발 중단 사실을 공표하면서 여전히 스티븐 스필버그와의 관계는 유지하겠다고 밝인 바 있으며, 따라서 향후의 공동 개발은 아직도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 등장한 EA의 멤버들 모두는 현재 회사를 떠난 상태이다. 영은 최근 ngmoco의 매각에 참여한 바 있으며, 처치는 하모닉스 등의 개발사들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스미스는 Spider: The Secret of Bryce Manor라는 걸출한 인디 아이폰 게임을 만들어 냈다. 버두는 현재 Zynga의 게임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캐슬은 InstantAction이라는 디지털 배급 포털을 꾸리고 있고, 센텔은 마이크로소프트 게임 스투디오즈에서 총괄 프로듀서로 근무하고 있다. 따라서 EA와 스필버그의 새로운 프로젝트는 이전에 그들이 꿈꾸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글: 맷 레오니(Matt Leone) / 번역: 페이비안 / 출처: 1u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