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QOOK TV로 신세기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파를 관람했습니다. (3,500원이더군요) TV판 에바 때 한창 피가 끓던 고등학생 때라 안노 히데아키 감독이 뿌려대던 떡밥을 덥석 덥석 물어가며 열광했었더랬죠. 나중에 후반부랑 예전 극장판에서 뭐가 뭔지 뒤죽박죽... 그러다가 기억에서 자연스럽게 멀어진 애니이기도 했구요. 신극장판을 만든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에도 '흐응, 그래~?' 정도의 감흥이었고, 첫번째 작품인 '서'를 보았을 때는 꽤나 깔끔해지고 좀 제정신(?!)인 듯한 전개에 다음에 나올 이야기들을 좀 기대하는 수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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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신극장판: 파는 한마디로, 너무 재밌네요. 정말 최곱니다. 액션 연출과 작화는 정말 최고! 스토리의 흐름도 상당히 부드럽고, 떡밥은 예전처럼 과한 게 아니라 적정 레벨로 조절되고 있는 듯한... 보는 내내 화면에서 눈을 뗄 수도, 딴 생각을 할 수도 없었던 게 과연 얼마만인지. 특히 주인공인 이카리 신지를 비롯한 주요 캐릭터들이 예전보다는 상당히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인간들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 맘에 들더군요.

보통 애니매이션 극장판은 원래 줄거리에서 살짝 비껴나온 사이드 스토리를 다루거나 (대표적으로 카우보이 비밥) 아니면 TV판 내용을 다이제스트 형식으로 보여주는 방식인데, 신극장판: 파는 TV판 이야기를 축약하면서도 스토리 자체에 대한 상당한 재구성이 이루어져 있습니다.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감상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스토리 흐름도 너무 급하게 흘러간다는 느낌도 없고, 뭐랄까 오래 숙성된 이야기인 만큼 아주 세련된 재구성이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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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게리온의 골수팬이시라면 이미 영화관에서 관람을 하셨을 것이고, 아마도 Yes24에서 진행 중인 블루레이 예약판매도 이미 신청해놓으셨겠지만... 골수팬이라기보다는 저처럼 좀 가볍게 좋아했던 분들이라면 QOOK TV로 한 번 관람하시는 것도 나쁘진 않은 선택일 거 같습니다.